「균형」으로 기운 경제 시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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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9일의 청와대 경제정책 총 점검회의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 모임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경제의 당면과제와 전망에 대한 보고를 받고 각 경제부처장관·여당정책담당간부 (공화·유정정책위의장) 및 경제정책수립의 자문역을 하고 있는 연구기관(한국개발연구원·국제경제연구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콘센서스」(의견통일)를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회의는 경제성장정책으로부터 인력개발에까지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했는데 특히 당면정책의 기본방향을 안정화에 두기로 한 점, 전력 및 석탄요금 등 현안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골자이다.
정부가 안정화 쪽으로 방향타를 돌린 것은 76, 77, 78년 3년을 연속해서 연간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룩한 나머지 물가상승 등 불안정요인이 너무 증대돼 문제가 심각한 단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로 예정했던 내년도 경제성장목표를 9%로 낮추고 수입을 대폭 늘리며 양곡기금의 적자축소를 위해 추곡수매가격인상폭을 줄인다는 몇 가지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연내 불인상 방침을 내세웠던 전력요금을 추석 후에 올려주기로 한 것은 전원개발사업의 차질이 더 큰 후유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만약 금년에 안 올리면 내년에 한꺼번에 30% 가까이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파급을 감수하고 단안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전력의 원가부담이 큰 공산품가격의 현실화도 불가피, 일부는 연내 조정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전력요금 등의 현실화는 일단 불안정요인을 연내 흡수함으로써 내년부터의 안정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안정화를 위해 ▲성장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 ▲내년도 수입을 1백75억「달러」로 확대한 것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대책을 펴나가고 있는 것 ▲추곡수매가격의 인상폭을 낮추기로 한 것 등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결의를 굳힌 것으로 일단 볼 수 있다.
다만 수출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계속 제일의 정책비중을 갖고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안정과의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현재 제기되어 있는 전반적인 경제현안 및 대책이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그 앞에서 토의되었기 때문에 정책수립을 둘러싼 각 부처간의 이견과 줄다리기는 당분간 재발되지 않을 것이 이번 회의의 또 하나의 소득이라고 꼽을 수도 있다. 【이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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