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상의 사고다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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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가 날로 다발·대형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속도로사고는 69년 개통이래 해마다 22%씩이나 늘어나 지난 한햇동안에는 개통 첫해의 20배인 3천5백48건이 발생, 2백79명이 목숨을 잃고 3천3백47명의 부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빈발하는 고속도로사고의 원인 가운데는 도로자체의 구조적 결함·차량사정·운수기업의 경영체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인적요인으로서 운전사의 자질상 결함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일요일 경부고속도로에서 54명의 사상자를 낸 3중충돌 사고도 그 1차적 원인은 「트레일러」 운전사의 운전과실이었다.
자동차란 원래 운행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건전한 심신기능을 갖춘 운전자의 책임아래 조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계다. 도로환경·자동차의 기계적 「컨디션」·승객과 통행인으로부터 시시각각으로 받는 각종 자극에 대한 판단 등을 운전자의 감각이 측정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차는 「자동차」가 아니고 실제로는 사람이 움직이는 「인동차」인 것이다.
때문에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과 솜씨 여하에 따라 차는 문명의 이기도 되고 흉기로 돌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운전사의 자질을 향상시켜 운전사가 내포하고 있는 사고요인을 제거시키는 일은 자동차의 흉기화방지라는 측면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교육이나 철저한 훈련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운전사로 하여금 오늘날의 「자동차사회」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자질을 갖추도록 유도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는 근대교통에 대한 이해·자동차 일반의 과학적 성능·도로교통규칙·자기가 운전하는 차의 특성·자기와 타인의 신체 및 정신적 능력의 한계파악·모든 운전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운전기능의 습득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은 인간존중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안전운전에 필요한 이와 같은 지식과 기술 그리고 운전태도를 「방위운전」이란 개념으로 결합시켜 이미 오래 전부터 발전시켜나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만을 지키겠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교통사고의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안전한 사회환경을 만들겠다는 적극적 운전방법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안전수칙위반 등 운전사의 자질부족에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운전사양성 및 관리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시켜 교통사고에 대한 적극적 방재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같은 대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발급 및 운전사교육업무가 현재처럼 경찰에만 일임돼서는 안 된다. 경찰은 원래 규제하고 단속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운전사의 자질향상이란 일방적 규제만으로는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는 자동차공학·교통공학·심리학·통계학·윤리학·교육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운전사뿐만 아니라「자동차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전체에 관한 문제로서 멀지 않아 실현될 「국민개면허시대」를 앞두고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일이다.
이번 고속도로사고를 계기로 낙후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운전사양성 및 관리제도에 대해 근원적인 재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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