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내린 ‘2014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소프라노 황수미(28)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2만5000유로(약 3470만원). 쇼팽 콩쿠르(폴란드), 차이콥스키 콩쿠르(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이 경연에서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씨에 이어 한국인이 다시 우승한 것이다(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피아노·바이올린·성악 경연이 3년마다 번갈아 치러진다). “꿈의 무대에서 너무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하다”는 그를 4일 오후 전화로 만났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우승 소프라노 황수미
-우승 후 어떻게 지냈나.
“며칠간 잠을 설쳤다. 여전히 흥분되고 좀 무섭기도 하다. 발표 직후 뉴스 생방송, 다큐 촬영, 각종 인터뷰가 빡빡하게 이어졌다.”
-외국 언론은 뭘 물어보던가.
“공통적인 질문이 ‘한국 사람은 어떻게 노래를 잘하나’ ‘동양인이 서양 음악을 하는 이유’ 같은 것이었다. 왜 잘하는지는 딱히 모르겠고, 아무래도 교육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유럽에서는 자유롭게 가르치고 배우지만 우리는 할 때 확실히 하니까.”
-기억에 남는 심사평은.
“표현력이 좋았다고들 말씀해 주셨다. 어제(3일)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이 ‘보통 1차, 2차, 파이널이 기복이 있는데 당신은 균등하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1월에 노래하는 모습을 DVD로 보내는데 여기서 통과돼야 초청받는다. 올해는 200명이 넘게 응모해 74명이 1차 라이브 오디션을 치렀고 24명이 2차, 마지막 결선에 12명이 올랐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한국인이 4명이나 된다.
“남자 둘, 여자 둘이었다.”(한국인의 음악적 저력을 분석한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를 만들었던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음악감독 티에리 로로는 후속 다큐멘터리를 들고 오는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결선 과정은.
“한 명이 30분씩 미리 준비한 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하루 3명씩 4일에 걸쳐 열린다.”
-무슨 곡을 불렀나.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시뇨레 아스콜타(Signore ascolta)’ 등 5곡을 했다. 슈트라우스의 가곡을 잘 불렀다는 평가를 들었다.”(콩쿠르 홈페이지 www.cmireb.be 에 가면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힘들었다던데.
“한국에서는 없었는데 독일 유학 이후 알레르기가 생겼다. 봄만 되면 꽃가루가 날리니까 목이 붓고 콧물 가래도 많이 생겨 신경이 많이 쓰였다.”
서울대 음대 04학번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2011년 가을부터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공부해 지난해 마쳤다. 현재 뮌헨음대 가곡전문사(Liedgestaltung)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9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 대상, 세종음악콩쿠르 1위, 2010년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다. 2012년 금호아트홀에서 영아티스트 독창회를 했다. 2012년 독일 ARD 뮌헨 국제음악콩쿠르 2위에 이어 2013년 독일 아넬리제 로텐베르거 콩쿠르 1위, 2014년 엠머리히 스몰라 푀르더프라이스 1위 등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성악은 언제부터 했나.
“어릴 적에 발레, 현대무용, 합창단 등 여러 가지를 했다. 지휘자 선생님이 성악을 권유해 중학교 때부터 시작했는데 발레도 정말 좋아해서 중 2 때까지 했다.”
-학창생활은 어땠나.
“대학 입학 후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동적인 것을 좋아해서 뮤지컬 오디션도 한번 보고 아나운서 시험도 생각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내가 언제 목숨 걸고 미친 듯이 노래한 적이 있었나, 대학원 가서 딱 2년만 제대로 해보자 했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나.
“진실되게 노래하는, 듣고 있으면 공감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10월부터 독일 본 극장 솔리스트로 데뷔한다. ‘진주조개잡이’ ‘마술피리’ ‘리날도’에서 주역을 맡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