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담·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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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나라 재상 공의휴는 생선을 좋아했다. 그러나 제후가 가져온 생선을 그는 끝내 뿌리쳤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께선 생선을 좋아하시는데 왜 받지 않으십니까?』
공의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바로 내가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은 것이다. 그 생선을 받고 재상자리에서 물러나면 아무리 내가 생선을 좋아한들 내 스스로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선을 받지 않으면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도 오래도록 생선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세태에서 생선 한 마리를 놓고 이렇게 호언하는 재상이 어디에 또 있을지 궁금하다.
요즘 본지에 연재되었던 동남아 「르포」기사를 보면 오히려 우리는 상대적인 위안을 받게 된다. 「인도네시아」엔 「마담·텐」이라는 여걸이 있는 모양이다.
고관의 부인인 그는 이권을 휘두르며 10%의 「커미션」을 예사로 받는다고 한다. 그 나라 최고 권력자의 동생은 14억「루피아」(17억원 상당)의 공사비를 들여 가족묘지를 만들어 세인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고관대작의 결혼식장에 등장하는 선물도 기록적이다. 고급승용차 몇 대. 결혼식장엔 그 자동차의 열쇠와 보관장소의 약도만이 전달된다.
부두의 하역작업을 위해서는 36개의 「사인」을 필요로 한다. 물론 「사인」은 그 합법성을 결재하기보다는 뇌물을 받았다는 영수의 표시.
부패의 문제는 비단 그 나라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지상낙원」으로 생각되는 「네널란드」같은 나라에서도 여왕의 부군이 미국 「록히드」항공사로부터의 뇌물 수수협의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불과 2년전의 일이다.
절도와 규범이 있어 보이는 서독에서도 「오트·렌츠」전 국방상이 「스위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아 빈축을 샀었다.
월남정부를 패망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도 부패였다. 원조물자를 착복하는 관리, 마약밀수를 하는 장성, 군수물자를 팔아먹는 관리와 군인. 바로 이들은 나라보다도 그런 이권을 지키기에 급급했었다.
이런 부패는 결국 군대로부터는 힘을, 의회로부터는 양식을, 헌법으로부터는 권위와 신뢰를 앗아갔다. 그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로부터는 용기와 지혜마저 잃게 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조지」는 사회의 부패 근절책을 한 마디로 명쾌하게 말했다.
『모든 사회의 부정에는 틀림없이 구제책이 있다. 그것은 부정을 없애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는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마음속의 사소한 부정은 한잔의 술로 씻을 수 있지만, 천하의 부정은 칼이 아니면 제거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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