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표적」찾아 나선 부동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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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동자금의 주 활동 무대였던 부동산이 정부의 강력한 억제조치로 주춤함에 따라 이 자금의 향방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9일 관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략4천억∼5천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부동자금의 최근활동「패턴」이 변화, 무작정 부동산이나 증권에 몰려다니던 지난해까지의「패턴」과 달라지고 있다.
부동자금의 규모는 ▲총통화공급과 저축성예금등 제도금융권으로의 환수액 비율인 통화환수율이 최근10년간 60%선을 유지했다는 점 ▲상대적 비율증가보다는 경제규모 확대로 인해 절대규모가 커졌다는 점 ▲지난7월말 총통화는 6조6천8백30억원 이었는데 이중 2조3천여억원이 환수되지 않았고 ▲투기대상을 쫓아다니는 이른바 부동자금은 이 2조3천여억원의 20% 가량되어 4천억∼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자금은 근본적으로 ①경제가 안정되어 물가상승이 예상되지 않고 ②건전한 소비풍조와 저축풍토가 확립되지 않으면 투기대상자체를 억제했다해도 또 다른 투기대상을 찾아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최근의 은행, 단자, 증권, 사채시장등 관련업계는 부동산에 몰려들던 자금들이 조금씩 유입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부문에선 이미 크게 활기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적절한 투기대상이 없는 경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6·13금리인상조치이후 뚜렷한 신장세를 보이지 않던 저축성예금이 7월 중순 이후 급격히 증가, 7월말 현재 l천4백88억원이 늘었으며 8월 들어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있다.
『그 동안 금융기관의 저축「드라이브」시행에도 다소 영향이 있겠지만 부동산억제로 인한 심리적 요인도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봅니다』고 안상국 한은자금부장은 최근의 예금증가세를 설명했다.
한은은 부동자금도 근본적으로 통화공급과 관련이 있는데 최근에는 ▲각종세금납부 ▲농촌부문으로의 자금유입급증 ▲기업운전자금부족으로 단기적 투기자금여유 고갈등으로 잠정적으로 대기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자=중소기업자금보다는 대기업자금을 주로 융통하고 있는 단자업계는 7월말에 비해 5일 현재 수신고가 약1백억원이 증가했다.『7월말의 부가세와 법인세 예납으로 기업자금사정이 나빠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한 자금유입이 기대됩니다』(K한양투자영업부차장). 특히 증권시장에 몰려드는 자금의 상당부분이 단자에 단기적으로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객의 증권회사예치가 모두 증권금융으로 흡수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단기이자를 노려 단자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자금유입이 눈에 띄게 보일 정도입니다. 최근의 주가는 특별히 오를 이유가 없는데 연일 종합주가지수 기록이 갱신되는 것을 보면 확실하게 나타납니다』(P증권거래소시장부차장)고 최근의 증시 활황을 설명한다. 증권거래소에서의 최근 1일 평균거래량은 6백만주에 약정대금이 8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한 하루의 주문량은 2백억∼3백억원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투기억제가 발표된 8일 이후 증시는 전반적으로 건 설주들이 폭락하는 반면 기계·전자·자동차등이 제2의 인기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채=최초의 금융긴축과 기업자금 수요 과잉으로 연초이래 사채금리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사채금리는 1천만원 기준으로 월4%까지 올랐으며 어음할인금리도 우량대기업이라도 3∼5%이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금리의 지속적 상승과 부동산열병의 진정으로 많은 부동자금이 관계경로를 통해 사채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채금리는 계속 오르면서 자금동원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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