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도 스승" 여름농민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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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속에 하루 14시간의 강의를 받으면서 이열치열의 여름을 보낸 이색 「대학생」들이 있다.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총재 유달영)가 16일부터 28일까지 가졌던 「여름농민대학」학생 7백 여명. 20대의 젊은 층에서 60대의 노년층에 이르는 이들「대학생」들은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오히려 뜨거운 햇볕이 농사를 잘되게 한다고 흐뭇해하면서 순박한 마음으로 평소에 갖고있던 의문을 풀고 갖가지농사정보를 서로 교환했다.
채소·원예·식량 특작·약용식물을 다룬 전기 반과 과수·축산·화훼 관상수를 공부한 후기 반에 이어 사과 한우·양돈에 관한 강의와 토론을 하면서 기술정보와 시장전망까지를 교환한 고등반 등 각각 4박5일의 3개「코스」가 28일 끝났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10개 시도에서 모여든 농민대학생들은 건국대 학생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상오8시 개강, 하오10시 종강의 4일 강의를 마치면 마지막날 시범농장견학을 끝으로 수료증을 받는다.
『궁금증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면서 전혀 더운 줄을 몰랐읍니다』고 등반에 참가한 여자수강생 9명 중의 한사람인 김순화 여사(49·서울 종로구 홍파동)는 시골의 조그만 농장 일을 하면서 체험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풀었다고 좋아하기만 했다. 실제 현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짜여졌고 그래서 이번에 동원된 연1백30여명 강사도 교수·연구관·독농가를 같은 비율로 안배했다.
『강의는 저녁10시에 끝나지만 기숙사에서 수강생들끼리 갖는 토론식 강의는 12시를 지나 어떤 때는 상오3시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얻는 정보는 어떤 책이나 이론을 통해서도 구할 수 없는 곧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산지식들이었읍니다』고 현수언씨(39·남제주군 서귀읍 신효리)는 말했다.
76년까지도 감귤만으로 전국 최고소득 마을을 자랑했지만 작년부터 「최고」를 빼앗기게 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영농법개발의 필요성을 느껴 현씨는 대학에 입학했다. 수강생들끼리 밤을 새우며 벌이는 토론식 강의는 각자의 체험을 나눠 가질 뿐 아니라 각자 자랑하는 신품종과 영농정보교환에 합의하면서 끝내곤 했다.
65년부터 시작한 「농민대학」은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문을 열어 지금까지 1만2천 여명의 수료생을 냈다. 농민이외에도 농사에 관심 있는 대학교수·스님·목사·수녀까지도 이들과 어울려 농사를 배우고 나간다. 홍익대대학원장 이대원씨도 이 대학 졸업생이며 원자력연구소 이강순 박사는 두「코스」를 수료한 면학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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