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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재기 원희룡 … 차기 대선 주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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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는 출구조사에서부터 크게 앞서며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쉬운 승리를 거뒀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제주시 화북주공아파트에서 유세하고 있는 원 후보. [뉴시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의 제주지사 당선은 ‘제주 출신의 젊고 큰 정치인’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원 후보는 5일 오전 1시 현재 득표율 60.6%로 신구범 새정치연합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했다. 원 후보는 자택에서 머물다 개표가 40% 가까이 이뤄진 4일 오후 11시30분쯤 제주특별자치도청 앞 선거사무소를 찾아 지지자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원 후보는 “민·관이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협치’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정을 이끌겠다”며 “항상 낮은 자세로, 현장을 중시하는 도지사가 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오후 6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원 후보가 득표율 61.2%로 신 후보(26.6%)를 ‘더블 스코어’로 누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사무소는 줄곧 축제 분위기였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지자와 캠프 관계자 40여 명은 박수를 치며 원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무실에 나와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원 후보의 가족도 감격한 모습이었다.

 원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신 후보를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차로 앞섰다. 단 한 차례도 뒤지는 조사가 없었다. 신 후보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출마한 원 후보에게 제주를 내줄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구태정치 타파를 내세우는 원 후보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도민들이 개혁 성향의 원 후보를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일찌감치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민선 1기 이후 지금까지 제주지사는 모두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이른바 ‘제주 3김’으로 불리는 우근민·김태환·신구범 전·현직 지사가 번갈아 가며 지사직을 맡았다. 우 지사는 지난해 말 지지자 1만7000여 명을 이끌고 새누리당에 입당하며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세대 교체론’이 힘을 얻고 제주지사 주자로 원 후보가 거론되면서 민심은 급격하게 원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우 지사도 불출마를 선언하며 물러났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신 후보가 패배하며 제주 3김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구세대 거물을 외면한 제주도민의 선택은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 배출을 바라는 지역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서귀포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원 후보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원 후보는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했다. 학생운동에 참여하며 유기정학을 당하기도 했지만 92년 사시에서도 수석을 차지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원 후보는 양천갑에서 내리 3선을 했고, 2004년 최연소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1년 전당대회에선 19대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쳐 최고위원에 올랐지만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일어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후 1년여 동안 유럽과 중국에서 유학한 그는 지난해 9월 귀국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해 왔다. 당초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정치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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