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장 살림 10년째|"고생은 되지만 큰 보람"-고 이승만 박사 자부 조혜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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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마다 이 이화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요. 외국의 방문객에서부터 국내 저명인사들까지 찾아 오셔서 격려해줄 때면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고 이승만 박사의 미망인「프란체스카」여사와 함께 10년 동안 이화장을 지켜온 며느리 조혜자씨(37). 지난 19일 이박사의 13주기 추모식을 치른 조씨는 최근의 심경을 이렇게 얘기했다.
조씨가 이화장에 들어온 것은 이박사의 양아들 이인수 씨와 결혼하던 해인 68년. 그 동안 이곳에서 장남 병구(10·서울사대부국 3년)차남 병조(8·동교 1년)두 아들을 낳았으며 이인 수 씨는 72년 도미,「뉴욕」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과정을 밟고 있다. 70년부터「하와이」에서 돌아온 시어머니「프란체스카」여사를 모셔온 조씨는『처음 이 집에 돌아 올 때만 해도 폐가나 다름이 없었어요.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곳저곳 수리를 했고 또 어머님께서도 외로움을 이기시고 건강이 날로 좋아지셔요.』
올해 78세인「프란체스카」여사는 요즘 손수 집안 일을 돌보고 때로는 식사마련도 할 정도이며 l주일에 한번 종도 동작동 이 박사의 묘소에 다녀오는 일이 가장 즐겨하는 일 중의 하나다.
가끔 두 손자들에게 이박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는데 두 손자들은 할머니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지 못한 것이 약간 불만이라고.
생활비는 정부에서 나오는 매월 50만원 정도의 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인건비와 집안 수리비에 적잖은 비용이 든다고 귀띔한다.
『매년 봄·가을로 수리는 하고있지만 워낙 낡은 집이라 손댈 곳이 많아요.』지난 16일 밤에는「프란체스카」여사 방 옆의 서재와 거실 천장이 장마비로 무너져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섭씨 30도를 넘는 이 복더위 속에서도 이화장식구들은 낡은 선풍기 한번 제대로 시원하게 틀어놓지 못한다. 선풍기는커녕 부채도 새것은 따로 챙겨두었다가 손님이 올때야 꺼내 쓰는 형편이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어머니 두분(한 분은 이인수 씨의 친모)을 모셔온 조씨는『10년 동안 이화장에서 겪었던 많은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의 인간적인 면을 담은 책을 한권 내고싶다』고 꿈을 밝힌다.
미국에 유학증인 인수 씨는 금년내로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조씨는 전한다.
^<사진>이화장의 최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 이승만 박사의 며느리 조혜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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