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2주만 수확 … 일찍 온 더위로 올핸 더 달콤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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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 수신멜론농촌지도자회장이 부인과 함께 수확한 멜론을 포장하고 있다. 천안시 수신면 농가 86곳은 멜론 재배로 연간 35억여원의 수입을 올린다. 사진=채원상 기자

어느 해보다도 일찍 찾아온 더위. 시원한 과일이 절로 생각나는 때다.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과육을 한 입 베어 물면 등까지 전해져 오는 청량감.

달콤하고 부드러운 멜론으로 한낮 무더위를 날려 보자.

천안시 수신면에 있는 멜론 재배단지. 요즘 멜론 수확이 한창이다. 여느 과일에 비해 빠른 숙성 속도 때문에 멜론은 연중 2주 정도만 수확할 수 있다. 지난 주말에 비닐하우스 농가를 찾아가 보니 아들·손주·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나와 일손을 돕고 있었다. 이계숙(62·여)씨는 “너무 바빠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비닐하우스에 가서 멜론을 따고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해요. 오늘 택배 주문만 150박스예요”라며 수신멜론의 인기를 자랑했다.

 수신면에서 멜론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86년이다. 이후 28년간 꾸준한 품종 개량을 거쳐 고품질의 멜론이 생산됐다. 현재 농가 86곳이 35ha에서 1000여t을 생산해 연간 35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교차가 클수록 수신멜론의 당도와 육질은 더 좋아져요. 특히 지난달엔 일교차가 컸고 또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에 멜론 농사가 아주 잘됐어요. 크기나 당도 면에서 그 어느 해보다 우수합니다. 올해는 꼭 우리 수신멜론을 드셔봐야 해요.”

 홍병기(66) 수신멜론농촌지도자회장의 미소에서 올해 멜론 농사의 풍요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수신멜론 재배 농가들은 3년 전부터 하우스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3월에 멜론 모종을 시작하면서 터널형 비닐하우스로 2중·3중 보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아무리 비바람이 불고 추워져도 큰 걱정이 없다.

 수신멜론은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과 비교할 때 단백질과 지질·비타민 함량이 2배, 섬유질은 무려 9배나 된다. 특히 비타민C가 많아 피로 회복과 항암작용에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 따르면 진해·거담 작용을 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멜론 원산지는 아프리카 사막이다. 과거 영국이 이곳을 지배할 당시 멜론 맛을 본 귀족들이 본토로 멜론을 가져가면서 처음으로 온실 재배가 이뤄졌다. 우리가 먹고 있는 멜론은 영국 왕족들이 먹었던 귀한 과일인 셈이다.

 참외가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라면 수신멜론은 후숙을 통한 달콤함과 부드러움에 매력이 있다. 수신멜론은 매년 수요가 증가해 재배 면적이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게 됐다.

 수신멜론은 숙성 기간이 짧아 수확 후 2~3일 안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 또한 장시간 냉장 보관을 하게 되면 당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4~5도에서 보관했다 먹어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홍 회장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멜론 무한 맛보기 행사’를 열고 있어요. 갓 수확한 멜론을 먹고 생생한 수확 현장을 볼 수 있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면에선 멜론 수확 현장 체험은 물론 멜론 재배단지 주변 농가에서 고추·상추 따기 같은 다양한 농장 체험도 가능하다.

 자동차 여행 중에 수신멜론을 사먹을 수 있다. 판매대가 지방도 693호 수신~병천 구간에 5곳, 수신~전의 구간에 9곳 등 총 14곳이 있다. 또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 수신멜론을 맛볼 수 있다.

장찬우 기자, 김난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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