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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제 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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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국제, 속칭 「메이드·인」제. 호되게 비싸지만 왠지 국산보다 좋아 보이는 것. 구매자의 속물근성을 유별나게 자극시켜 주는 특성이 있음.』
이래서 아무리 국산이 좋아도 외제의 인기를 따르지는 못한다. 외국에서 싸고 좋아 보이기에 사왔더니 국산이더라는 희극도 소용이 없다.
요새는 또 식품에까지 외제가 파고 들어오고 있다. 쇠고기·마늘·참깨·고추·땅콩, 게다가 심지어 쌀까지…. 따지고 보면 그닥 놀랄 일도 아니다.
참깨는 본래가 한국토산이 아니다.
참깨는 한자로는 호마. 이때의 「호」는 「페르샤」(지금의 「이란」)를 말한다.
그러나 참깨의 진짜 원산지는 인도였다.
그게 「페르샤」로 전해지고 다시 당나라때 중국에 소개된 것이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도 참깨얘기가 나오지만 그것도 이 무렵의 얘기였던 것 같다.
고추도 따지고 보면 원래는 「메이드·인」제였다.
약5백년전에 「스페인」의 원정대가 「멕시코」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유럽」에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의 고추는 「유럽」경로가 아니라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곧 일본의 한 지방호족의 사신이 「로마」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멕시코」에서 얻어 갖고 왔다는 것. 그게 약3백50년전에 한국에 들어왔다는 설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도 3백년전에는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국적이야 어떻든, 값이 싸고 품질이 좋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서민에게 있어서는 그렇다. 「멕시코」에서 들여온 참깨의 경우 맛이야 다소 떨어질지 모르지만, 값은 국산보다 50%나 싸다.
고추도 「홍콩」·인도 등에서 들여온 것들이 국산보다 3분의1이상이나 싸다고 한다. 「메이드·인」제를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수입된 외제식료품들이 백화점에서 날개돋친듯 팔린다고 한다. 깡통으로된 육류, 어린이 이유식, 후춧가루, 죽순, 땅콩, 과자류 등 날로 종류도 늘어나고 있다.
싼게 비지떡이라지만 외산식품의 인기가 대단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중에도 농약을 덜 썼을 터이니 국산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점도 있다.
결국 입맛이 씁쓸한 얘기다. 식품만은 국산품애용운동을 벌일 수도 없다. 특히 식탁필수품의 경우는 그렇다.
꼭 「메이드·인」제의 맛이 좋아서 사람들이 쏠리는게 아니니 딱하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네 식품제조업이 가까운 시일 안에 「메이드·인」제를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더욱 딱해지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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