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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내년 상장" … 삼성 경영권 승계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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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추진한다. 삼성에버랜드는 3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상장 추진을 결의하고,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우선 다음달 중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공모 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삼성그룹은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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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랜드는 이번 상장 추진의 표면적 이유를 ▶사업재편 이후 각 부문 사업경쟁력의 극대화 ▶바이오 신기술 확보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라고 발표했다. 패션 부문의 경우 패스트패션(에잇세컨즈)의 사업 역량 강화와 해외시장의 본격적인 공략이 목표다. 또 리조트 부문에서 신규 시설을 확충하고 호텔 등 연계투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웰스토리로 대표되는 급식사업과 건설 부문 역시 이번 상장으로 생기는 차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에버랜드가 대주주(44.5%)인 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신기술 확보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재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에버랜드 윤주화 사장은 “각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인력·경영인프라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패션과 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의 발표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상장 추진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이를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핵심적인 과정이 될 전망이다. 증시업계에서는 향후 상장을 통한 삼성에버랜드의 시가총액이 최고 9조1000억원, 주가는 최고 365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저사업부와 외식사업부·패션사업부·건설사업부 등 4개 사업 부문의 영업가치와 보유지분가치 등을 합하고, 이를 주식 수로 나눈 계산법이다. 3일 장외거래에서 에버랜드의 매수 희망가는 주당 200만원이 넘었다. KCC는 2011년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17%를 주당 182만원에 매입했다.

 에버랜드는 이 부회장의 지분에 이건희 회장(3.72%)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8.37%)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8.37%)의 지분을 보태면 일가 보유 지분 비율이 45.56%에 이른다. 여기에 삼성카드 등 계열사 지분 19.36%를 더하면 65%에 육박한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가치는 상장 뒤 2조7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상장 차익을 통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

 키움증권의 박중선 연구원은 “상장을 통해 계열사들이 에버랜드의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삼성SDI와 삼성물산·삼성카드 등이 자사주 지분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서둘러왔다. 지난해 9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한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삼성SDS와 삼성SDI 합병(9월), 삼성SDI의 제일모직(소재 부문) 합병(3월), 삼성종합화학과 석유화학 합병(3월), 삼성SDS 연내 상장(5월)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삼성웨이(Samsung Way)』의 공저자인 서울대 이경묵(경영학과) 교수는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 상장은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좋은 방법”이라며 “상장 이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두 회사 간 대주주 지분과 회사 지분을 교환하면 이 회장 일가의 지분도 높이고 그룹 지배구조도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부품·소재 업체인 삼성SDI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SDI 자사주(4.78%)와 제일모직 자사주(3.95%) 전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4.67%)도 전량 매수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올 7월 합병하기로 예정돼 있다. 지분 취득 후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은 25.16%, 제일모직 지분은 8.62%까지 확보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소재-부품-완성품’으로 이어지는 전자 계열사 간 ‘수직 계열화’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보유 중인 바이오 관련 기술 자산은 삼성에버랜드가 지분 44.5%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104억3300만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그룹 내 바이오 의약품 관련 기술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조치다.

최준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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