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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의 놓칠 수 없는 고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때마침 「뉴욕·타임스」지는 19, 20일자에 연속해서 『중동 건설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할 나라는 없다』『한국의 중산층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한국 경제를 크게 보도했다. 남 부총리는 몇번이나 『이제는 우리가 미국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구걸하는 단계는 지났고 내가 만나자고 한 것보다 저쪽 (미국)에서 만나자는 것이 훨씬 많다』고 했다.
남 부총리가 짐짓 고자세를 취하는 것은 현재 분위기로 보아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이 요청한 2억「달러」의 교육 차관이 좋은 조건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남 부총리의 이런 경제 협력 현안의 교섭에선 어떤 면에서 한국 측이 「이니셔티브」를 장악했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14억「달러」 규모의 원자력 7, 8호기 건설 차관의 문제만 해도 미국 쪽에서 미국 업자를 선정해주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던 문제.
미국 의회에서 준다거니 못준다거니 했던 PL480호 양곡 문제만 해도 더 아쉬운 것은 한국보다는 미국 쪽이었다.
『PL480호 지원을 우리는 그만 받아도 좋으니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더 배정해달라. 대신 우리에게는 미국으로부터의 막대한 농산물 수입을 뒷받침할 수 있게 10년 정도의 중기 차관을 제공해주면 좋겠다.』
남 부총리는 21일 「버글런드」 농무장관과의 회담에서 PL480호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PL 480호 양곡은 내년도 배정분이 확정되면 80년에 4천만「달러」를 공여 하는 것으로 일단 끝나게 되는데 형태를 바꿔서라도 한국에 계속 공여케 하겠다는 것이 미 측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연간 2백20억「달러」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미국으로서는 6번째 수입국인 한국이란 고객을 놓칠 수 없기 때문.
남 부총리가 『이제는 원조나 차관에 연연할 때가 아니고 경제 협력 체제를 다지는 공동「파트너」로서의 관계를 형성할 때』라고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 본 기술 분야 등 낙후상과 해외의 평가 사이엔 적지 않은 「갭」이 있는건 사실이다. 아무튼 한국에 대한 해외의 기대를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더 큰 부담으로 제기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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