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일본의 집단자위권과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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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5일 일본의 아베 정권은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위해 현행 평화헌법 9조의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마침 그 날 도쿄에 출장 중이던 필자는 일본의 모든 TV에서 이와 관련 전문가 대담프로가 넘쳐나고 거리에서는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반대데모로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음을 본의 아니게 체험하였다.

집단자위권은 유엔헌장 51조에 규정되어 유엔 회원국이면 누구나 갖는 고유권리이다. 일본도 당연히 집단자위권을 가진다. 그런데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은 일본 특유의 사정이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으로서 점령국 미국에 의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 규정을 만들었다. 일본의 군대보유와 전쟁을 통한 분쟁해결을 금지한 헌법 9조의 규정이다. 따라서 유엔 헌장에서 인정하는 집단자위권이라도 헌법의 9조에 배치되므로 지난 60 여 년간 행사용인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 그리고 해양진출을 통해 예상되는 중국의 부상 등 지정학적 안보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 집단자위권 행사용인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최근 일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국이 일본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답한 사람은 83%나 되지만 그 중 절반이상이 집단자위권 행사에는 반대한다고 한다. 과거 일본이 중국과 수차례 전쟁에서 피차 수백만이 희생되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학자들도 의견도 분분하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마스모토 (松本健一) 교수는 아베 정권이 집단적자위권 행사용인을 미일 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21세기 지정학의 대변혁으로 일본은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를 재 정립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안보를 미국에만 맡기지 말고 일본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헌법 96조의 개헌절차를 거쳐 집단자위권 행사용인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이 명치유신으로 서방세계에 처음 개국하면서 천황중심의 “흠정헌법”이 만들어져 동아시아를 침략 지배하였다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었다. 일본은 승전국 미국에 의해 다시 개국되면서 자신의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국 주도의 “평화헌법”으로 오늘 날에 이르렀다. 미국과 중국 G2 시대인 현재, 일본은 세 번째의 개국을 맞아 미국 의존에서 탈피하여 일본 스스로를 지키는 “국민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스모토 교수는 중국의 초대 총통이었던 쑨원(孫文)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중일(中日)협력의 중요성을 주장한 것을 상기시키고 일본은 미국과 연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혜로 아시아 전략을 다시 짤 것을 제안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철광과 석탄의 공동 관리가 유럽연합(EU)의 모체가 되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해 온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석유자원이며 어업자원을 공동 관리하는 새로운 아시아 전략 없이는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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