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열풍…"안 팔기"과민 |인-상「쇼크」후의 시장…설탕 등 안 오른 것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6·13 인상 쇼크」로 생활필수품 등 모든 물가가 또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누·설탕·휴지 등 일부상품의 사재기(매점·안 팔기(매석)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매점 매석은 하루가 달라지는 물가에 겁이 난 주부들이 한 개의 물건이라도 더 사두려고 시장이나 상점에 몰리는 반면 상인들은 물건을 쌓아놓고도 팔려고 하지 않아 일어나고 있다.
주부들은 평소 3∼4개 씩 사가던 비누나 수건 등을 6∼10개 씩 들어있는「박스」째 3∼4「박스」씩, 설탕은 3kg짜리보다 10kg 들이를 2∼3부대 씩 사가고 있으며 화장지와 치약 등도 대량으로 사가는 주부들이 늘고있다.
주부들은 이미 오를대로 오른 물가가 교통요금 등의 인상조치로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당장 쓰지 않는 물건도 사 두려는 게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H「슈퍼마키트」에는 14일 하오 30 여 명의 주부들이 설탕·비누·휴지 등을 마구 사가는 바람에 물건이 동이 날 정도였고 그밖에 일부 시장과 상점에서는 이 같은 상품들을 아예 팔지 않아 많은 주부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자양동 M「슈퍼마키트」판매원 홍재정 양(23)은 5일 전까지 재고로 남아있던 빨래비누 10 상자(5백 개)가 14일 하루동안 모두 팔리는 등 그 동안 팔리지 않던 재고품이 대부분 날개돋친 듯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수유동 K「쇼핑·센터」의 경우 술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일반 술집 주인들이 찾아와 소주·청주 등을 1상자 이상 씩 요구, 한 사람에 다섯 병 씩 제한 판매하고 있다.
또 라면의 경우도「쇼핑·센터」에서 재고품을 종전 가격으로 파는 점을 이용,
평소 1상자 씩 사가던 소비자들이 5∼10상자 씩 요구하고있어 재고품에 한해서 1인 1상자 씩만 팔고있다.
생필품 값은 올 들어 평균 35%가량 올랐고 품목에 따라서는 2∼3배씩 뛴 것도 있다.
가장 값이 많이 오른 것은 무·배추 등으로 5월 초 상품 1포기에 3백 원 하던 배추는 3배가 올라 9백 원으로, 무우는 1개 1백50원에서 4백원으로 올랐다.
쌀값은 80kg들이 1가마가 5월초까지 정부 고시가격인 2만8천5백원보다 3천5백 원이 비싼 3만2천 원 선에 거래됐으나 가뭄이 장기화 된 5월말부터 하루 1천∼2천 원 씩 올라 14일 현재 3만9천∼4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이 밖에 갈치 1마리가 6백원에서 1천8백원으로 한 달 새 3배가 올랐으며, 물오징어도 7백원에서 1천5백 원으로 뛰었다. 마늘은 연초 상품 1접에 5천 원 하던 것이 5월 초 9천 원, 14일 현재 1만2천 원으로 6개월 동안 1백40% 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