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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에 푹 빠졌다" 는 외국 출신 여성 해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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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해녀의 몸짓에서 춤사위를 배우고 싶어하는 재일동포 3세 신양자씨가 최근 한수풀해녀학교 수업에서 제주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배우며 손을 흔들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왼쪽)가 지난달 29일 제주도 표선리 방파제 앞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나온 해녀 강복생씨를 만났다. [제주=김성룡 기자]

“할머니의 고향인 제주도 해녀의 몸짓을 배우고 싶어요.”

 일본 오사카에 사는 재일동포 3세 무용가 신양자(40·여)씨가 해녀가 되기 위해 제주를 찾은 건 지난달 7일. 소라를 캐기 위해서가 아니다. 14년 전부터 시작한 춤사위를 바다 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해녀학교에 지원했다.

 최근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에 자리 잡은 ‘한수풀해녀학교’가 7번째 입학생을 맞았다. 2008년 첫 입학식 땐 정원 30명을 겨우 채웠지만 이제는 3대1의 경쟁을 뚫어야 입학할 만큼 인기다. 올해는 78명이 입학했는데 신씨 같은 외국 출신 학생 6명도 이름을 올렸다.

 신씨 일가는 해방 이전 서귀포시 사계리에 살았다. 그는 자신의 뿌리가 된 제주 여성. 그중에서도 해녀문화에 제대로 꽂혔다. 마음먹은 김에 수업이 마무리되는 9월까지는 제주에 눌러앉을 생각이다.

 푸른 바다가 신기했던 파란 눈의 여인도 제주 바다에 푹 빠졌다. 러시아 내륙 카바로브스크 출신인 벨로우소바 스녜자나(Belousova Snezhana·37·여)는 18살 때 바다를 처음 봤다. 26살 때까지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검푸른 물결을 두 번 본 게 전부다. 그런 그녀에게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는 반짝이는 보석 같았다. 11년 전 서울로 시집온 그는 우연히 놀러온 제주 함덕 서우봉해변의 풍광에 반했다. 한국인 남편과 딸,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지난해 7월 함덕리에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서울에서 일식학원에 다녔을 만큼 요리에 욕심 많은 그는 “물질을 배워 소라·해삼 등 해산물을 가족에게 양껏 먹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보였다.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인 김지선(28·여)씨는 2007년 시집온 제주댁이다. 그는 “시집온 지 7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말이 힘들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물질을 배우려는 의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해녀 다큐멘터리를 보고 물질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베트남 집앞에 있던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경험이 그에게 왠지 모를 자신감을 줬다. 이번에 제대로 물질을 배워 직업 해녀가 될 목표를 세웠단다. “물질로 돈을 벌면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요.”

 제주 해녀에 대한 외국의 관심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제주포럼에 참석했던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는 행사 도중 해녀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표했다. 길라드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일부러 차를 타고 표선 바닷가로 가 해산물을 채취하고 나온 해녀 강복생씨를 만나 화제가 됐다.

글·사진=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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