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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료시스템이 부러워서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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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 기자 중앙일보 차이나랩 고문/상임기자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부패’. 중국 관료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일 게다. 신문과 방송에서 중국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사건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이상한 게 하나 있다. 중국인들의 자국 정부 신뢰도가 다른 나라 국민보다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조사·컨설팅 업체인 에델만이 올 초 발표한 ‘2014 에델만 신뢰지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 신뢰도는 76%에 달했다(27개 나라 대졸 성인 3만3000명 대상 조사). 아랍에미리트(UAE·88%)에 이은 2위다. 한국(45%)보다 월등히 높다. ‘부패 정부’를 신뢰한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올 초 취재차 상하이화동사범대학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경제학과 사무실 옆 벽보에 붙은 ‘공고(公告)’가 눈에 들어왔다. “○○○ 교수가 경제학과 주임으로 임명될 예정이니 이에 대해 의견(意見)이 있는 사람은 ○○일까지 당(黨)인사위에 제보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얘기냐’는 물음에 지인은 “인사위가 일단 대상자를 평가해 선정한 뒤 최종 단계로 일반인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치명적인 제보로 승진이 취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단다. ‘대학 학과장 승진에 웬 청문회?’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학은 오히려 허술한 편이었다. 지난달 30일 성균중국연구소(소장 이희옥)가 주최한 ‘현대 중국의 민주주의’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 전문가들은 “일반 정부 부처에서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승진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외교부의 경우 과장(科長), 처장(處長), 사장(司長), 부부장(副部長), 부장(部長)에 오르는 각 단계에서 철저한 심사와 검증이 이뤄진다. 도덕성과 리더십, 실적 등이 핵심이다. 주변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 상관·동료·부하의 입체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학 후배라고, 같은 고향이라고 봐줄 수 없는 구조다. 역시 마지막으로는 일반인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장융러·章永樂 베이징대학 교수).

 지방정부 일각에서 부패가 자생하고 있지만,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최고를 찾아 국정을 맡기려는 중앙정부의 인사시스템은 살아있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이를 ‘현능(賢能)정치’라고 했다. 매표(買票), 포퓰리즘 등 서구 선거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중국식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선거 부재로 인한 민주주의 공백을 ‘현능정치’로 보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 번 고시 문턱을 넘어서면 연수에 따라 ‘자동’ 승진하고, 승진에서 밀리면 하부 기관으로 낙하산 타는 게 ‘관피아’의 자화상이다. 승진심사 때에는 학력을 따지고, 고향 선후배를 챙긴다. 중간 과정에서 검증 장치가 없으니 고위직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인재를 찾기 힘들다. ‘내가 그 자리에 갈 줄 알았겠는가’라는 자조(自嘲)가 그래서 나온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는 우리가 중국 공산당의 정치시스템을 곁눈질하는 상황이 계속돼서야 되겠는가?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