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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신약·의료기기 개발 대구 '메디밸리'서 꽃 피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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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글로벌 R&D 허브를 구축하고 신약 개발을 위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사진 대구·경북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동력을 이끄는 글로벌 혁신 신약은 언제 나올까. 대구·경북 첨단의료 복합단지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신약 개발을 위해 가동에 들어갔다. 대구첨복단지(메디밸리·Medivalley)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합성 신약 인프라다. 지난해 11월 준공해 한림제약·대우제약·이노벡테크놀러지·인성메디칼 등 국내 주요 의약품·의료기기 회사가 입주했다. 이들 기업이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워밍업을 시작한 것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용석 전략기획본부장은 “첨복단지는 원스톱 서비스로 아이디어 단계에서 완성품까지 연구개발을 지원해 주는 보건의료산업 R&D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미국·영국·일본에 이어 세계 열 번째로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글로벌 임상수행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제약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국내 1위 업체인 유한양행도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혁신 신약보다는 복제약 개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초과학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 연구개발 성과를 임상 단계로 끌어올리는 응용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비용·효과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기 어렵다.

메디밸리는 취약한 국내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를 임상 단계로 연계하거나 신약 개발 후보 물질을 도출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제공한다. 초기 임상시험 등을 지원한다. 이 밖에 대학·연구소 등 기초연구 성과를 첨복단지 인프라를 활용해 제품화한다. 일종의 신약 개발 인큐베이팅 시스템인 셈이다.

혁신 신약 개발 현실화를 위한 작업도 착착 진행 중이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등 핵심 연구지원 시설 4곳을 통해서다. 혁신 신약·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연구를 공동 진행해 지원한다.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연구팀이 인지기능 분석을 위해 뇌파를 측정하고 있다.

자체 개발보다 기간 3분의 1로 단축

신약개발지원센터에서는 신약 개발 후보물질 연구성과를 제품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시키는 실질적인 지원을 담당한다. 지난해부터 대학·기업·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암·당뇨병·뇌신경질환을 중심으로 약효 평가 기반기술을 지원한다. 한림제약 신약연구소 조윤석 소장은 “중소 제약사는 신약개발 의지가 있어도 인적 인프라나 제반 시설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며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시설을 활용해 성공가능성이 높은 골다공증·류머티스성관절염·항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 도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설계→시제품 제작→성능 평가 등 전 과정을 돕는다. 제품 상용화를 촉진해 선도형 첨단·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인성메디칼 대구연구소 박순용 책임연구원은 “첨단의료기기 개발 지원센터와 항균카테터 개발을 목표로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가 한곳에 모여 있어 자체적으로 개발할 때보다 기간이 3분의 1가량 단축된다”고 말했다.

실험동물센터는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지원을 위한 동물실험 구역, 동물 수술실, 생체영상분석 구역을 갖췄다.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는 글로벌 신약 개발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품질관리 기준에 적합한 분석을 대행한다. 이를 통해 의약품 분석법 개발 및 제조공정 최적화 모델을 구축해 국내 제약사를 지원한다.

기업·대학·병원 연계 인적 네트워크 탁월

KAIST·경북대·유니메딕스·루트로닉·대우제약·인성메디칼·한림제약 등 관련 기관과 진행 중인 공동연구만 35개다. 가장 활발한 것은 암·당뇨병 등을 중심으로 한 신약 개발 지원이다. 첨단의료기기는 IT와 연계한 심뇌혈관·노인성 질환 맞춤형 진단·치료기기 개발을 돕는다. 이를 통해 2020년 세계 7위 제약 강국 진입과 국가 차세대 신성장 동력인 보건의료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산업 연계 인적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대구·경북 지역에는 경북대·영남대·계명대 등 의·약학 대학 11곳이 밀집해 있다. 국내 보건의료 전문인력 20%가 이곳에서 배출된다. 최근 한국뇌연구원(KBRI) 설립도 확정됐다. 방사광가속기·양성자가속기 등 신약·의료기기 개발 핵심 인프라를 활용한다. POSTECH 등 인근 13곳에 위치한 국가 지정 첨단 융·복합 연구실과 공조해 우수 인력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영남대병원·경북대병원 등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서비스도 탄탄하다. 신약 개발 임상시험까지 입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 대구에선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의약품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우수 의료기관을 육성하고, 의약품·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개 연구를 통해 연구중심 병원 육성도 기대할 수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는 2017년까지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원 440여 명을 채용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신약 및 의료기기 연구지원 기관으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지식기반산업 중 하나인 의료산업은 고도로 집적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발전한다.

이용석 전략기획본부장은 “지역 내 축적된 의료 역량과 첨단 의료기반을 토대로 혁신적이고 상품화 가능한 연구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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