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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지하수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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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마다 가뭄소동을 빚고있다. 올해도 작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갈라지는 가뭄을 겪었다.
다행히 6월 9일부터 내린 비는 해갈은 되었다지만 구조적인 가뭄걱정은 해소된 것이 아니다. 통일계 신품종은 4월에 못자리 설치, 5월에 모내기를 해야하는데 이 시기는 매년 비가 적게 오는 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구적인 한해극복을 위해서는 지하수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5백억t의 지하수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땅 밑을 흐르는 물줄기만 잘 찾아내 이용할 수 있다면 웬만한 가뭄은 걱정 없이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땅 밑의 지하수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기관인 농업진흥공사나 중앙개발·한국 건업 등 대기업체의 기술진이라면 80∼85%의 적중률을 보이지만 시추기 한 두 대를 갖춘 군소 업자들은 물줄기를 헛 짚어 비용만 손해보는 일이 적지 않다.

<부존량 약 5백억t>
업자에게 맡기는 경우 물줄기를 찾는 비용엔 관정 시설비도 모두 포함되지만 시추기로 구멍을 파고 2인치 파이프를 묻는 타설 관정이 20만원은 주어야한다.
착정기를 써서 12인치 정도의 굵은 파이프를 묻는 이른바 기계 관정이라면 1백30만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소요비용의 50%를 국고에서 보조해 주고 나머지 50%를 융자해 주겠다지만 누구나 혜택을 받기도 어렵고 융자금도 부담으로 남는다.
일반적으로 지하수가 많은 지층은 풍화된 흙이 쌓여서 된 충적토다. 그러나 전문적인 이론보다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빌리는 편이 가뭄에 쫓기는 농민들에게는 더욱 편리할 수 도 있다.
예부터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은 물이 많다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 계곡입구의 부채꼴 지형에는 대개 지하수가 나온다. 하천근방에 지하수가 많다는 것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농업진흥공사의 정진호 이사는 이밖에 손쉽게 지하수를 찾는 방법으로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구릉지·석비례(풍화대)가 많은 곳을 파보라고 권고한다.
옛날 지도가 있으면 지금은 없어진 하천지대를 찾아내 파보는 것도 유망하고 암반에 갈라진 틈이 많은 곳도 기대를 걸만하다.
노인들의 말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도 정 이사의 충고다.
우리나라의 수리시설 실정을 감안하면 올해처럼 심한 가뭄이 아니라도 지하수개발은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현재 수리시설의 대종이 되는 저수지는 농지개량조합소유가 1천5백22개, 소류지가 1만6천 개 정도다.
그러나 제법 규모가 큰 저수지라도 10년 빈도의 가뭄을 기준으로 설계됐고 대부분 축조된 지가 오래된데다 관리 부실로 위경(저수지 안에 농사짓는 것)등에 침식되어 용적이 30%이상 줄어들었다.
소류지는 10년 빈도의 가뭄에 견딜 수 있는 것이 전체의 64%에 불과하다.

<외국선 의존도 높아>
기존의 수리시설은 한발이 심하면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가뭄에도 전남·경남지방의 저수지 1백3개소, 소류지 3천4백인개가 말라버린 것은 이 같은 실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 위에 72년부터 통일계 신품종 벼를 심기 시작하면서 용수부족의 위협은 더욱 늘었다. 통일계 벼는 재래종보다 30%에 가까운 물을 더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이앙기가 l개월 정도 빠르기 때문에 비가 적게 오는 4월,5월에 못자리를 설치하고 모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대단위농업용수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계획중인 17개 공사를 마치는데 만도 2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루속히 가뭄 걱정 없는 농사를 지으려면 지하수자원의 개발 이용이 첩경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물 값이 싸기 때문에 지하수 개발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인건비·땅값·물 값이 모두 비싸지면 많은 땅을 차지하는 저수지 건설보다 지하수개발 이용이 늘어날 것은 틀림없다』(농촌경제연구원 오호성 박사) .
지하수를 개발하여 상시 이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출 경우 가뭄에 대처하고 가뭄이 들지 않더라도 밭에 대한 관개에 이용, 높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용수량의 15%, 일본은 6∼7%를 지하수로 충당하고 있으며 미 애리조나 주는 69%, 이스라엘은 소요 용수량의 거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관정 설치 3백여 곳>
우리나라는 심한 가뭄을 겪은 68년에 지하수개발의 필요를 절감, 지하수개발공사를 설립, 2년간 8천6백여 개의 관정을 설치하는 등 관심을 보였으나 70년부터는 다시 흐지부지되고 지하수개발공사도 농업진흥공사에 흡수되어 버렸다.
그후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손을 못 대다가 77년에 한발을 겪으면서 다시 항구적 한해대책의 일환으로 지하수개발에 착수, 3백여 개의 관정을 설치했으나 연차 계획의 초기단계에 올해의 극심한 한발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올해 지하수개발사업에 이어 내년에도 4백억 원을 들여 한해 상습지 5만6천 정보에 물을 댈 지하수개발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전국적으로 지하 수자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 적극적인 개발을 추진할 것 도 구상 중이라 한다.
가뭄을 겪을 때만 화려한 청사진을 펼쳐 보일 것이 아니라 지속적 지하수개발투자로 언제나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할 것이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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