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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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경기는 연초이래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순조로운 증가를 지속하고 국내 수요도 투자를 중심으로 급증하여 1·4분기 중 실질 GNP는 15.8%의 고성장을 나타내었다.
최근 경기동향의 한가지 특징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투자수요의 경기선도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1·4분기중의 GNP를 지출 면에서 보면 전년동기에 비하여 총 소비가 10%, 수출이 22%증가한데 비하여 고정투자는 47%의 급증을 나타내었다.
고정투자를 다시 세분해보면 ▲기계시설이 51% ▲민간건설이 48% ▲정부건설이 28% 각각 증가하였는데 이중 민간건설의 증가는 주로 주택건설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결국 기업의 설비투자와 주택건설이 l·4분기중의 경기상승을 주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그 동안 수출이 워낙 큰 폭의 증가를 지속해 왔으므로 투자의 변동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 선진국의 경우와는 달리 경기의 진행을 선도하는 힘이 그리 크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출도 규모가 1백억 달러를 넘는 수준에 이르러 과거와 같이 연간 40∼50%의 신장을 보이기는 어렵게 되었을 뿐 아니라 투자가 총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대하여 왔기 때문에 투자의 변동이 총수요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즉 우리나라 경제도 이제는 투자의 변동이 경기국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연초이래 경기동향이 바로 그와 같은 상황변화를 말해주고 있는데 투자의 증가세가 매우 급속하였기 때문에 경기가 과열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나오게된 것 같다.
물론 그와 같이 급속한 투자확대가 지속될 경우 경기과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호황 뒤에 울 경기급락을 피하기 위해서도 경기조절대책을 강구해야 하라는 논의가 일고있지만 아직은 과열국면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면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경기의 종합판단지표인 경기예고지표가 2월에 1.9까지 올라갔으나 3, 4월에는 다시 1·8로 떨어져 계속 상향성 안정권에 머물러 있고 최근의 투자지표의 움직임은 오히려 투자수요가 부분적으로 진정되어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연면적이 3월까지는 급증세를 보였으나 4월에는 전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고 5월부터는 건축허가의 부분적 규제조치 때문에 별로 늘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다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아직도 높은 증가를 지속하고 있어 이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야할 것 같다. 당면한 과제인 중화학공업 건설과 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투자의 확대가 바람직한 것이지만 지나친 설비확장은 그에 따른 자금수요의 증대로 유동성의 급증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기업에 경기대응능력의 약화를 가져오기 쉽다.
그러므로 업종별 수급현황 및 전망에 입각하여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공급부족을 타개하고 유휴설비의 발생을 방지하는 한편 유동성의 과잉공급도 피해 나가는 것이 소망스럽다고 하겠다.
연초이래 지금까지는 기업의 활발한 투자 및 생산활동으로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늘어난 유동성을 저축성예금의 증가와 해외부문을 통해 흡수함으로써 통화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그러나 저축성예금의 증가가 5월 들어 크게 둔화된 데다가 하반기에는 양곡기금적자폭의 확대,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철수 등 적지 않은 통화증발 요인이 예상되고 있어 통화 및 물가관리는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경제의 안정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수요 패턴의 변화 등으로 최근 공급부족이 표면화되고 있는 일부품목의 원활한 공급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재정의 긴축운용을 기하고 대 민간신용의 제한적 공급기조를 강화하여 초과수요를 통화 면에서 억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재윤(한은 조사 제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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