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생이다'…이경홍 사진전 '거리의 소요(消遙)'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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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사진작가 이경홍(65)씨의 사진전 ‘거리의 소요(消遙)’가 통의동 류가헌에서 3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년 넘게 대학 사진영상학부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스승의 정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정년 퇴임 소식을 전해들은 졸업생들은 스승의 전시를 열고 작품집을 제작하기 위해 동참했다. 심적·물적으로 삼삼오오 모아 일궈 존경의 의미를 담았고 스승은 가르침이 묻어난 전시로 고마움을 표했다.

이씨는 프랑스 파리 1대학에서 사진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국내 사진과 출신으로는 ‘1호 철학박사’다. 대학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 사진사, 순수사진, 사진미학 등을 가르쳤다.

이씨는 이번 전시를 15년간 유학 당시 촬영한 사진들로 채웠다. 이씨의 사진은 지극히 사진적이다. 찰나를 포착하고 신비한 뉘앙스를 담아낸다.

쇼윈도 앞 외발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청년, 조각상 앞에서 입맞춤을 하는 연인, 공원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노부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들….

이씨가 ‘원칙’이라 생각하고 중시했던 것들을 마치 바람이 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시선을 어떤 한 사람에 고정하지 않고 오히려 목적 없는 거리의 소요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결국 이런 낱낱의 장면들은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C’est la vie)’을 보여주는 듯하다.

쉽게 스쳐버릴지 모르는 이미지 앞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씨가 평생 사진에 대한 원칙과 태도를 중시하고 철학과 인문학 토대 위에서 사진에 대한 소양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리라.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찍은 것 같은 이 사진들 속에 이씨가 견지해 온 사진에 대한 정의가 함축돼있음을 느낄 수 있다. 02-720-2010.


한영혜 기자 sa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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