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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6월을 맞는다.
어느새 한해도 중턱에 접어든다.
울마라 가뭄속에 맞는 6월은 신연조차 빛을 잃고 있다.
자연도, 사람도 모두 메말라 보이기만 한다.
못자리에 물을 붓고 있는 사진이 연일 신문에 실려 있다.
어디선가는 강을 가로 막기도 했다.
소나기라도 퍼부었으면 좋으련만-.
하늘은 가을처럼 청청하기만 한다.
계절이 지나가고, 무슨 천재를 겪을때마다 새삼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게 된다.
대자연은 언제나 아무 말도 없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해보는 것 같다.
비 한방울·바람 한차례·나무 잎사귀 하나·구름 한점·꽃 한송이. 그 하찮아 보이는 자연의 숨결들도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노리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번거로운 일상속에서 그런 것을 잊고 지낸다.
때로는 사람의 의지와 지혜와 능력만으로 모든 일이 될듯도 싶다.
오늘의 과학문명은 더욱 그런 신념을 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문득 대자연에 마주서면 비로소 다시금 숙연해진다.
스스로 겸허하고,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인간답게 사는 생활이야말로 자연의 뜻이다.
6월은 화려함도, 신선함도 없다.
오히려 의연과 성숙의 계절. 나뭇잎은 푸르러지고, 초목들은 뿌리에 영양을 저장한다.
서양속담에 『6월의 결혼은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4월의 꽃, 5월의 신연이 지나고, 6월은 그 모든 설렘에서 벗어나는 달.
어느 영국시인은 『6월은 색깔과 무게의 달』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봄은 웃음의 계절, 여름은 힘의 계절』이라고 노래한 우리나라 시인도 있다.
이제 그 여름의 첫 발을 내딛으며 새로운 달력을 연다.
관상대는 이 가뭄속에서도 6월의 강마를 예보하고 있다.
자연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그 동안 목타는 속에서도 모내기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는 하늘의 은총이 있을것도 같다.
6월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기대와 용기를 갖게된다.
인간의 생활은 끊임없는 시련과 극복속에서 보람을 찾게 마련이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포망을 주고 의지와 신념을 갖게한다.
6월을 맞으며 우리의 마음이 다시금 새로워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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