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우고」에도「블루진」과「팝송」의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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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오그라드=윤경헌 특파원】노동자들의 부산한 걸음걸이, 시내전차들의 경적 소리로「베오그라드」의 아침은 새벽 일찍부터 활기를 띤다.
이른 아침부터의「러시아워」는 야간작업을 끝낸 노동자들과 이들과 교대해 작업장에 나서는 노동자 때문.
이들을 실어 나르는 전차와 무궤도 전기「버스」·시내「버스」는 물론 교통순경도 대부분 여자들인 것이 퍽 인상적이다.
식료품「코너」에는 아침 일찍부터「코트」를 걸친 주부들과 노동자들이 줄을 선다.
주부들은 야채류의 식료품을 사기 위해, 그리고 남자들은 출근길에 간단한「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느라고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 있는 것이다.
모두가 국영인 큰 백학점이나 작은 상점들의 진열장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가득하다.
미제「블루진」을 비롯해 중공제 도기류, 일제 전기제품, 자국산의 가죽제품,「크리스털」과 술등이 특히 눈에 많이 뛴다.
미제「블루진」은 우리 돈으로 쳐서 약3만원, TV·「라디오」·전자계산기 등은 대부분 투박스런 동구제품이고 값은 좀 비싼 편.
국민 개인당 소득이 1천6백80「달러」(76년)이고 사회보장이 동구권에서도 가장 잘돼 있지만 아직은 대량 소비단계에 들어서 있지 않다는 인상이다.
「베오그라드」는『하얀 도시』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원과 숲이 너무 많아 푸른 전원의 고도라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2차대전의 상흔이 건물의 곳곳에 남아있다. 3백만「베오그라드」시민 중 1백만 명이 사상 당하고 건물의 65%이상이 파괴됐다는 격전의 흔적일 것이다. 그래도 시내 곳곳에「가톨릭」성당과 회랍정교·「러시아」정교회의 교회당이 고풍을 자랑삼아 서있는 모습은 남「슬라브」족 계열의 이곳 미녀들과 잘 조화되어 퍽 정서적이다.
번화가에 명멸하는「네온사인」은「유고」의 자유화를 더욱 느끼게 된다. 역시 국영인「메트로」등 일류「호텔」의「나이트·클럽」에서는 거의 나체에 가까운 무희들과 가수들의「쇼」가 외국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요란한「팝송」, 공원 숲 속의 젊은 쌍쌍들을 보면 「유고」는 서방에 못지 않은 개방국가인 듯하다.
이 나라가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은 대단하다고 이를 위해「베오그라드」의 공항과「호텔」등의 확장공사가 한창이며 사냥·낚시터와「유고」문화재의 안내문, 그리고 토산품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이끌게 한다.
관광객들을 위한「택시」도 많은 편이지만 사회주의 국가답지 않게 바가지 요금도 대단하고 「달러」화의 매력도 엄청나 자기네의「길더」화 보다는 「달러」를 직접 받기를 원한다.
「유고」사람들은 한국인에게 퍽 친절하다. 한국축구와 농구·탁구「팀」들이 다녀간 것을 그들은 기억하고 일반시민들은「코리아」라면 북괴보다는 한국을 연상하는 듯 했다. 『우리는 세계각국과 친하고 싶다』는 것이 어느 백화점 점원이 하는 얘기다. 이번 제2회 세계 「아마·복싱」선수권대회를 2억원(한화)의 막대한 돈을 들여 개최한 것도 세계와의 길을 넓히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초청을 트집잡아 북괴는 대회를「보이코트」했다.
공산국가「유고」에 한국에서는 선수단이 가고 북괴는 안가고…무언가 많이 달라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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