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성적의 반영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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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9학년도 각급 학교 신입생 전형요강이 예년보다 좀 늦게 29일 확정, 발표됐다.
새 입시요강은 ①고교 연합고사 추첨 배정 제 확대실시 ②전문대 입시와 4년제 대학입시의 분리실시 ③대학입시에의 예시 및 고교성적 반영강화 ④동계 진학 및 특기자 전형요령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이미 발표된 ①항의 고입 추첨제 확대실시를 제외하고는 ③항의의 내용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④항을 비롯한 나머지 부분은 예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대학입시에 예시와 고교 3년간의 성적 반영율을 높이도록 한 것은 입시위주로 일관되고 있는 현행 고교교육의 병폐를 시정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바람직스런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입예시와 본고사의 상관도는 이미 해마다 높아져 전국 99개 대학의 예시성적 반영율은 74년의 22.9%에서 77년에는 40.8%로, 그리고 내년에는 서울대를 제외한대부분의 대학이 자발적으로 50%선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다 고교3년간의 학교성적이 대입 본고사에 많이 반영된다면 대체로 다음 두 가지 현실적인 이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현재와 같이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열된 과외수업「붐」을 진정시킴으로써 주지교육에 편중되고 있는 고교교육을 내실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예시고사과목의 중복을 피하고 본고사에 있어서는 지원학과별 적성의 검정을 위한 한정된 범위에서의 주관식고사가 가능해진다는 점등이라 하겠다,
실상 대부분의 선진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본고사 없이 고교내신 성적이나 예시성적, 그리고 간단한 구술시험 만으로 대학신입생을 선발함으로써 이제도의 우수성은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고교 내신성적을 일률적으로 입시성적에 대폭 반영하는데는 그에 앞서 이뤄져야 할 선행조건들이 매우 미비 돼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문제가 없지도 않다.
예컨대 한때 이른바 상관계수제도로써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같은 서울시내에서도 학교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엄청나게 다른 점등을 감안할 때 이러한 학교간의 엄연한 격차를 못 본체하고 추진되는 내신성적 반영제는 오히려 심한 불공평을 초래할 우려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교당국이 이 같은 대입 신입생 전형방법을 사립대학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권장한다는 발상은 이제 지양할 때가 되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학이 학생을 뽑는 것은 그 학교의 건학 이념과 특성 등 무형의 전통을 밑바탕으로 거기에 알맞은 인재를 구하자는 데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학의 본래적 기능과 권한에 속하는 문제다.
따라서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외국학자와의 상호교류 등에 힘을 도와주는 것 등을 주임무로 삼아야할 문교행정이 언제까지나 대학의 학사행정에 까지 일일이 개입함으로써 학교의 자율적 재량권을 위축시키는 타성은 이제 버려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대학입시에 예시 및 고교성적을 반영하는 것도 되도록 일선학교의 개별적 판단과 책임에 맡김으로써 융통성 있게 운영 되도록 하는 것이 옳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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