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으면 5억 … 순천 몰린 유병언 헌터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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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전남 순천으로 ‘유병언 헌터’들이 몰리고 있다. 유 회장과 장남 대균(44)씨에게 붙은 현상금(각 5억원과 1억원)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요즘 순천엔 외지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지난 3월 10㎏짜리 운석이 발견된 진주에 외지인 수천 명이 몰렸던 것을 연상시킨다.

 유병언 헌터들의 특징은 등산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건장한 체격이지만 최소 2명 이상 함께 움직인다. 대부분 비포장도로도 달릴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탄다. 이들이 첫 번째로 찾는 목적지는 17번 국도의 송치재휴게소 근처에 있는 염소탕집과 별장이다. 유 회장이 25일까지 있었던 곳이다. 유 회장은 이미 종적을 감췄지만 헌터들의 추적은 여기서 시작된다.

 29일 오전 9시30분쯤 이 염소탕집 앞마당에 40대 남성 2명을 태운 회색 갤로퍼 차량이 들어섰다. 운전대를 잡은 남성은 조수석의 동료를 향해 “여기가 유병언을 숨겨 줬던 부부가 했던 음식점”이라고 설명했다. 동료는 “유병언은 여기 없었지? 비밀 별장으로 가 보자”고 말했다. 이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곧장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은 염소탕집에서 국도를 따라 300m가량 북쪽에 있다. 입구에 쳐 놓은 폴리스라인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오전 10시30분쯤, 별장 아래 흐르는 냇가를 따라 4명의 남성이 다가왔다. 그들은 “유 회장 찾으러 나온 첫째 날”이라며 “그냥 확인차 와 봤다”고 했다. 일행 중 한 명은 등산배낭을 메고 있었고, 바지에는 휴대용 플래시가 걸려 있었다. 이들은 별장 주변을 꼼꼼히 둘러본 뒤 뒤편의 산길을 따라 수풀을 헤치고 올라갔다.

 유병언 헌터들은 통상 이 별장 뒤로 50m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비밀통로’까지 확인한 뒤 구례로 넘어간다. 비밀통로 출구 쪽에서 양봉장을 운영하는 이창연(76)씨는 “어제도 오후 3시쯤 덩치 좋은 남성 3명이 와서 ‘25일 밤에 뭔가 이상하지 않았느냐’고 묻더니 구례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 지역 서면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송치재휴게소엔 매일 많은 외지인 차량이 들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상금을 올린 이후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순천경찰서에만 하루 30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하지만 상당수는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는 게 순천서 측 설명이다. 윤재상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은 “적극적인 제보는 감사하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어 구체적 내용이 없는 제보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순천=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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