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부과금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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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7월1일부터 환경보호법이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오염에 대한 배출부과금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 당국은 이미 오염물질 배출업소들이 부담하게 될 사업자부담금의 산출근거·적용대상등 세부지침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출부과금제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에 일정한 유예기간을 주어 오염방지시설의 설치를 명령하고 그 기간이 경과해도 배출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에 대하여 상당한 부과금을 징수함으로써 오염배출자로 하여금 스스로 오염배출을 억제케 하려는 경제적 유도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환경이용자에게 그들이 야기시킨 오염에 대해 부과금을 과한다는 행위자부담원칙에서 뿐만 아니라 오염원에 대해 재산적인 구속요건을 설치함으로써 스스로 이를 규제토록 유도하는 시책이라는 점에서도 일단 합리적인 제도라 평가될 만 하다.
그러나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수단은 제도 자체로서는 비록 우수한 기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본래의 기능을 다하여 오염방지의 목적을 의도대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이는 오염물질의 사전 방지를 위해 이미 강제규정으로 돼있는 공장폐수 정화시설 조차 비용과다 등을 이유로 흔히 가동을 시키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그 실효성을 잃고 있는 사실 한가지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배출부과금제도는 그 운영상 처음부터 매우 복잡한 문제성을 다분히 내포한 채 실시된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한층 크다.
우선 부과금제도의 적용에 있어서 다종다량의 배출물을 내포하고 있는 오염된 대기나 수질이 있을 때, 그것을 야기시킨 오염원의 파악과 특정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정도의 측정등 기술적인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유황산화물과 탄화수소와 같은 2개이상의 오염물질이 화합하여 복합효과가 일어났을때 개개의 오염원을 어떻게 파악하며 그 손해를 여하히 공평하게 분담시키느냐 하는 것은 난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해행정의 기술적 수준은 담양 고은석씨 일가족의 중독사고 원인조차 가려내지 못할 만큼 낙후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공해의 측정 및 분석기술이 이렇듯 낙후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기술적 결합은 필연적으로 사업자에 부과할 오염부담금의 배정에 있어 형평을 잃을 우려가 크다.
이렇게 볼 때 이 제도 자체의 이론적장점이라는 것도 실제로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자칫 행정공무원의 자의에 좌우되는 나머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염려마저 없지 않다.
또한 배출부과금제는 오염에 대한 분석기술의 미숙과 자료 결핍 등으로 오염피해에 비해 때로는 지나친 비용부담을 요구하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출부과금의 과징은 기업의 비용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또 바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때문에 이 제도의 실시에는 무엇보다 부과금 산출에 적정을 기함으로써 사회전반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공해방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측에서도 공정변경·시설대체 등을 통해 오염제거에 노력을 경주하는 관행이 성립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최소의 비용으로 공해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배출부과금제는 시행에 관련된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해대책비의 완전조달을 목적으로 조급히 서두를 것이 아니라, 기업의 공해방지 의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시작하여 여건이 성숙됨에 따라 점차 그 기준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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