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서구식 축제〃서 탈피|민속 공연이 주류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5윌의 신록에 파묻힌 대학가에서는 개교기념일을 낀 잇단 축제행사가 한창이다.
4월말을 전후한 숙대의 「청파축전」, 고대의 「석탑축전」등 몇몇 대학의 축제에 이어 연대의 「무악축전」, 성대의 「문행축전」을 비롯, 이대· 서강대 등 대부분의 대학이 늦어도 이 달 말까지는 축제를 벌일 예정이며 서울대의 「대학축전」, 경희대의 「고황제」등이 한철건너 가을에 각각 마련될 예정.
근래 2∼3년간 각 대학의 축제는 공통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서구적 양식의 「페스티벌」에서 우리 고유의 「놀음판」으로 향한 점진적인 탈바꿈이 그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어느 대학이건 예외 없이 축제행사에 커다란 비중을 두는 민속제 행사를 들 수 있다.
서울대 「대학축전」의 경우 6일간의 축제기간 중 하루를 「민속의 날」로 정하여 탈춤공연·국악연주 등 일련의 민속행사를 벌여왔다.
고려대는 올해 축제 총예산의 15% 정도를 민속제에 충당, 전통적인 농악·탈춤·석탑과거·민속체전 등의 행사와 함께 옛 시골장터를 그대로 재현, 축제기간 중 전시하여 이채를 띠었다.
이밖에 이대·서강대도 강강수월래·남사당패 공연 등을, 연세대도 「마당밟기」·「씨름대회」·「널뛰기 대회」등의 「부락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3∼4년 전부터 대학가에 일기 시작한 우리 고유의 것을 찾자는 「캠페인」 이 축제 행사에까지 그대로 연장된 것.
특히 이대는 오랜 전통을 지녔던 「메이·퀸」행사를 올해부터 없애기로 결정, 주목을 끌고 있다. 이대는 전체 49개학과중 24개 과가 과「퀸」선발을 거부, 특정인을 다중의 우상으로 내세우는 서구적 축제양식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따라서 「5월의 여왕」선발행사는 대학가에서 점차 외면당할 것이 확실하다.
연세대 「민속춤의 제전」에 참가했었다는 연세대 박선희양(23)은 『어깨 짓이 절로 나는 집단가무를 통해 평소 느끼지 못했던 일체감을 맛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올해 서울대를 졸업한 이상수씨(24)는 특히 현실풍자적인 성격이 강한 봉산탈춤 등의 공연장에서 상당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아무튼 서구적인 축제의 양상으로부터 민속적인 양상으로의 변모는 우리고유의 것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속연구가 심우성씨(44)는 『대학축제의 민속행사가 단순히 옛것을 기리는 회고적 행사가 되어서는 안되며 전통적인 「놀이」의 정신이 민속행사를 통해 대학의 축제에 심어져야 할 것』이라고 대학민속제의 바람직한 터 잡음을 제시하고 있다. <김수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