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고와 부모의 무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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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라의 새싹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자는 청소년보호의 구호가 드높은 5월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호도 무색하게 수많은 어린것들이 사고 때문에 비명에 죽거나 다치게 되는 위해 환경은 언제나 그대로다.
더욱이 최근의 어린이사고 발생 유형은 종래의 질병과 식중독 등 무지와 빈곤으로 인한 사고에서 최근에는 교통사고·화상·연탄「가스」중독·압사상·추락 등 부모의 무관심에 따른 것으로 그 양상을 달리해가고 있다한다.
생활수준과 지식수준이 향상되는 것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성인사회로부터, 그리고 어버이들로부터 도리어 관심의 대상 밖으로 방치된 정황에서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것이다.
휴일이면 낚싯대를 짊어지고 나서는 아빠와 낮이면 동창회니, 계모임이니 하며 나돌아다니는 엄마 틈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천더기 취급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의 세태다.
언제나 바쁘기 만한 어른들 때문에 어린이들은 가정에 있어도 고아나 다름없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할머니·할아버지가 없는 핵가정의 어린이들은 부모가 던져주고 나간 동전 몇닢을 들고 하루종일 구멍가게를 기웃거리거나 놀이터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하나같이 위험 투성이다.
학교를 오가는 데는 교통사고, 뛰놀려면 입벌린 「맨홀」, 「아파트」의 위태로운 계단, 물놀이를 하려면 흙을 파내고 방치된 웅덩이, 문식을 하는데는 유해·부정식품 등등 일일이 헤아리자면 한이 없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어린이들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다. 어린이들은 언제나 마음껏 뛰놀고 싶어하고 모험심이 강한 것이 특성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위험스런 환경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귀중한 생명을 빼앗기기도 하고 상해를 입고 불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
『어린이는 위험에서부터 맨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는 상위는 말뿐, 또 어떤 제도나 법규의 제정을 통해서 실현될 성질의 것일 수는 없다.
어린이를 보호하는 참된 길은 그들을 어떻게 육성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기본방향을 성인사회에서 지켜야할 윤리적 규범으로 확립하고 그것을 모든 분야에서 생활화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어린이 보호문제는 어떤 법규에 의한 강제력이나 위반에 따른 징벌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인식에서 우러나오는 자율적인 각성을 통해서만 비로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존중을 규정한 어린이 헌장이 법이 아니고 국민의 공동인정에 따른 약속으로 선포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어린이를 각종 위험에서 지키고 안전하게 보호·육성하기 위해서는 당국뿐만 아니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어린이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응분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이러한 관념이 뿌리박게 되고서야 비로소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과 환경의 개선도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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