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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취재 제한' 문제점 잘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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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주간은 미국과 영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과 반전.평화.파병 반대운동이 뉴스의 큰 흐름을 이뤘다.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을 비롯한 새 정부의 언론정책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슈였다.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을 시도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5년 전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청와대 비서실 방문취재를 제한하려 했다. 물론 그때도 대부분의 언론이 취재 제한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신뢰감 준 이라크전 오보 시인

당시 비서실 취재제한 논란의 와중에 언론사 주필들이 대통령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식사에 앞서 김중권 비서실장과 박지원 대변인이 주필들에게 이 문제를 대통령에게 제기하지 말아 달라면서 언론계의 반대를 감안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당시 편집인협회 회장이던 나는 "보도자유를 억제하는 사안을 어떻게 편협 회장이 대통령에게 문제 제기도 않고 넘어갈 수 있느냐"며 거절했다. 백지화를 건의받은 金대통령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비서실에서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후 청와대 비서실 취재 제한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돼버렸다.

스스로를 민주화의 화신으로 생각하던 초기의 DJ에 비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자세는 훨씬 적대적이고 거칠다. 브리핑 제도 활성화를 명분으로 청와대 비서실 방문취재가 금지됐고, 이어 정부 전 부처 사무실 방문취재 금지로 확산됐다.

기자가 공직자를 만나려 할 때 공보관을 거치고, 기자를 만난 공무원도 신고하도록 하려던 부분은 시행하지 않겠다지만 이미 공무원들의 기자 접촉 의욕은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또한 대통령 스스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일부 신문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없이 쏟아놓고 있다.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중앙일보의 초기 보도와 문제 제기는 활발했다. 문화관광부의 취재 제한조치에 대한 3월 15일자 첫 보도는 1면의 박스형 뉴스 보도, 5면의 해설 및 야당 비판 박스 등 그날의 조간신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보도였다.

이런 비판적 기조는 17,18일자에도 지속됐다. 다만 언론단체의 첫 반응인 편집인협회의 비판성명이 18일자 2면에 1단으로 너무 작게 취급됐다. 그후 한때 뒷심이 약해 보일 정도로 관련 기사가 적어지기도 했지만 청와대 비서관 워크숍에서 표출된 대통령의 언론관을 문제삼은 31일자 1면 뉴스와 4면 전면 특집 및 사설로 이런 시각을 불식시켰다.

이라크전 보도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비평이 있었으므로 보도의 양보다는 분석적이고 다양한 뉴스원과 시각을 반영하는 보다 정확하고 균형된 질 위주의 보도만을 주문하고 싶다. 3월 23일자 1면 톱 '이라크 1만명 투항…바스라 장악'은 대표적 오보였는데 25일자 5면 취재일기를 통해 '외신을 인용한 것이라 하더라도 오보는 오보'라고 솔직히 시인한 것이 두드러져 보였다.

*** '열린 보수' 무색한 낙종 많아

27일자와 28일자 타지에는 전교조의 반전 수업과 교재로 활용한 '반전퀴즈'에 대한 논란이 연속적으로 보도됐는데 중앙일보에는 모두 빠졌다. 29일자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이 평화방송 인터뷰에서 이라크전에는 반대지만 정부의 파병 결정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한 것 같다"고 한 발언이 타지에는 보도됐으나 중앙일보엔 보이지 않았다.

반전.평화운동과 이라크전 파병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때인지라 빈 자리가 너무 컸고, '열린 보수'란 중앙일보의 이념적 좌표가 공허해 보였다.

독립기념관에 전시됐던 일제시대 조선일보의 윤전기를 철거하기로 한 17일 독립기념관 이사회 결정은 당사자인 조선일보를 필두로 여러 신문에서 나름의 시각으로 보도했는데 중앙일보는 빠졌다. 동업 신문사와 관련된 일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안을 중앙일보 독자만 모르고 넘어가게 해서야 되겠는가.

성병욱 중앙일보 고문.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