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미지근…교통 사고 만발-이란 테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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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슬이 퍼런 교통 순경, 까다로운 교통 법규에 시달린 운전사라면 「테헤란」에서 한번쯤 차를 몰아 보면 좋을 일이다.
교통 순경이나 교통 법규가 없는 건 아니나 서울처럼 자주 적발되거나 처벌받지는 않는다.
속도 제한·차선·정원 초과·안전 거리 유지 등 지켜야 할 건 다 있어도 지키는 운전사는 거의 없다.
「포니」 정도의 승용차에 아이들까지 포함, 15명 이상 타고, 「기아·혼다」 정도 「오토바이」에 「헬밋」을 쓰지 않은 한가족 5명이 타고 중앙선을 요리조리 피해 질주해도 그만이다.
U자 모양으로 돌아도 그만이고 잘못 길을 들어왔다 싶으면 「백·기어」로 1km를 뒷걸음쳐 나와도 현실적으로 걸리는 일이 거의 없다.
빨간 신호등이나 주차 및 정차 금지 표지만도 있으나 마나여서 실로 운전사의 천국 같다.
그러나 운전의 이 같은 자유를 누리려면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아무리 노련한 운전사라 해도 다른 차가 뒤에서 떠받아 주는 만큼 「테헤란」시에서는 어느 누구도 1년에 두세번의 충돌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면 쭈그러지지 않은 차는 눈 닦고 봐도 거의 없다.
인구 4백50만명에 차량이 1백20만대를 넘는 「테헤란」은 이 때문에 세계에서 최고의 차량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한햇 동안 「테헤란」에서는 모두 5만2천대의 차량 사고가나 8건 중 1건의 비율로 사망자를 냈다.
사망율이 38건 중 1건인 「뉴욕」시나 50건 중 1건인 「런던」시와 비교하면 사망율도 단연 세계 제일이다.
지난 3월21일부터 9일 동안에만도 99명이 차량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정도.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는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시민 등 각계 각층에서 묘안이 속출하고 있다. 【테헤란=조동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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