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간첩선의 격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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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몇달 동안 뜸한듯이 보이던 북괴의 무장간첩 침투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28일 우리 해군은 전남 여천군 거문도 동북방에 나타난 북괴 무장 간첩선 한척을 격침시켰다. 격심현장에선 2구의 간첩시체와 북괴제「로키트」포권총 기타 장비가 발견되었다. 이 간첩선은 남해안을 초계중이던 우리해군함정에 포착되어 교전한지 불과 10분만에 격침당한 것이다.
이런 신속한 응전태세와 고도의 전투능력, 그리고 철통같은 방위태세가 건재하는한 북괴의 어떤 도발계략도 이땅에 발을 붙일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상시경계태세의 당위성을 실감하면서 대간첩당국에 대한 신뢰와 협조심을 새롭게 했으리라 믿어진다. 아울러 전투중 순사한 우리측 병사와 그 유족들에게 대해선 국민적인 애도의 뜻을 전하고자한다.
이번 사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저들이 가지고 내려오는 무기체계에 있어서의 변화다. 그들이 개인 화기인 권총 정도가 아니라 고성능 공용화기이자 시설물 파괴용인「로키트」포까지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은 북괴무장간첩 활동의 새로운 양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로키트」포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탱크」, 참호, 합정등 대규모장비와 시설물·병마살상용 무기다. 정찰이나 단순간첩활동 보다는 본격 전투시에 사용하는 무기인 것이다.
이런 본격대형무기를 공공연히 휴대했다는 것은 바로 그들의 임무가 은밀한 정찰이나 첩보활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에는 한바탕 전투도 벌여보겠다는데 있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길래 그들은 방자하게도 야심한 때도 아닌 아침8시30분이라는 밝은 시각에 공공연히 우리측 남해안 공업단지 근해에 나타난 것이 아니겠는가.
사살된 간첩들은 그밖에도 비상식량과 방한복을 휴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 역시 산간에서의 지구적인 이동잠복을 전제로한 준비로 보여진다.
이점에서 이번의 무장간첩선은 후방교란과 시설물 파괴 및 장기 이동활동의 의도를 가지고 밀파되어 도중발각시에는 우리측 합정과의 전투까지도 각오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북괴의 대남전략이 1차적으로 노리는 목표가 우리의 내부질서 교란에 있다는 것을 상기할때 그와 같은 위격작전 시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월남의 경우를 보더라도「하노이」는 우선 그런 소규모 무장활동을 통해 혼란을 만성화한 연후에 비로소 대규모 전투로 옮아가는 방식으로 나왔었다. 그 경우 소규모의 초기적 활동이 대규모의 전투·전쟁으로 확대되도록 허용한 조건이 다름아닌 방심과 오계태세 이완이었다.
이를테면 적의 초기적 무장활동에 내포된 전략적·전술적 저의를 충분히 꿰뚫어보지 못한 탓이다.
북괴의 대남전략이 그동안 다소의 변용은 있겠지만 역시 기본도식상으로는 그와 대동소이하다할때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도출해야할 결론은 자명한 것이다. 적의 함정을 침투 즉시 발견하여 단 10분만에 격침해버린 이번의 완벽한 방위태세와 전투능력 그대로를 계속 보유하고 강화해야 할 당위인 것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사용해 우리자신의 기술로 만든 함정에 의해 국군의 힘으로 격침한 간첩선. 이 완벽한 자주적 방위태세야 말로 북괴의 무모한 무장침투를 초단계에서 무력화시키는 최선의 대응책으로 지속되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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