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술 속에 든 납 성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참깨·고추·땅콩 등 농작물과 병어·문어 등 어류에서 「카드뮴」·납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에 이어 이번에는 또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고량주에서 기준치의 30배나 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제 우리는 어느 음식물 한가지도 마음놓고 먹고 마실 수 없을 만큼 두려운 식품공해의 늪 속에서 살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고량주 속에 납이 스며든 것은 국내 고량주 제조업자들이 납땜을 한 제조용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유약을 바른 옹기 그릇에 김장을 담그면 납 성분이 우러나와 부지불식중에 인체에 스며들듯이, 납땜 마개의병에 담은 고량주를 마시면 납 성분이 체내에 쌓여 가게 마련이다.
납과 같은 중금속이 인체에 흡수되면 골연화·골통·골절 등 무서운 불치병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은 이제 모를 사람이 없을 만큼 잘 알려진 하나의 상식이다.
이러한 공해인자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것이 현재화하기까지에는 오랜 시차가 있어 당대에는 그 피해에 대한 심각성이나 절박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납 성분은 수은이나 카드륨 등 다른 중금속이나 마찬가지로 비록 미량이라 하더라도 그 높은 농축배율의 원리 때문에 마치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 결국에는 집적으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지금도 우리 몸 속에 얼마만큼의 유독성 물질이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유해식품 및 주류는 바로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공적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국민경제가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국민소득이 향상되어도 이렇듯 국민의 건강을 좀먹는 유해식품이 도처에 범람하고 있다면, 새삼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런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나라의 생활수준은 곧 식생활의 질과 그 안전도로 가장 잘 측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해식품과 그 공급원이 되고 있는 악덕업자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고도 필수적인 국가적 당면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유해식품의 범람현상은 무엇보다도 값싼 재료로 돈 적게 들이고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이익을 올리려는 업자들의 얄팍한 상혼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유해제품에 대한 대책은 제조업자에 대한 행정조치 등 「대증요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엄중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근원적으로는 발생원의 억제」라는 원칙에 입각한 발본대책이 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이나 주류의 내용물에 대한 규제 외에도 용기와 포장에 사용되는 유독성 첨가제 및 공업용 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규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유해식품·용기·포장 등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가공스런 피해를 직시하고 단1회, 단1점의 유해제품을 생산·판매한 경우에도 최고의 중형에 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유독 고량주 적발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불량식품업자 규제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의 보완과 처벌강화를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