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에 들은 비보…"오 하느님"… 실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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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영등포구 구로동 방태환씨 집에 사고소식이 전해졌을 때 부인 김성한씨(31)는 아들 경무군(8·구로초교 1년)·딸 지선양(6)을 데리고 교회에 가고 없었고 장모 홍영순씨(54)·처남 김경한군(23·경희대3년) 등이 집을 보고있었다.
장모 홍씨는 이날 상오 11시10분쯤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사고소식을 전해듣고 그 자리에서 실신했으며 처남 경한군은 교회에 간 누나를 찾기 위해 전화를 걸고있었다.
장모 홍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걱정 말라고 전화까지 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면서 손자손녀를 붙잡고 통곡했다.
부인 김씨는 22일 저녁『남편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면서 남매를 데리고 반포「아파트」에 사는 고모 방채임씨(31)집에 가서 하루 밤을 보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일요일인 23일 두 자녀와 함께 평소에 다니던 반포교회에 가서 남편의 안전귀환을 기도했으나 예배도중 사고 소식을 듣고 교인들과 함께 실신상태로 집에 돌아봤다. 얼마 후 친지들의 간호로 의식을 찾은 김씨는 『그이는 돌아가실 때까지 저를 사랑했을 거예요. 주님의 뜻이라면 따라야겠지요』하며 남매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딸 지선양은 갑자기 몰려든 보도진과 친척들 사이에서 철모르게 뛰어 다녔으며 아들 경수군은 어머니의 울음소리에 울음을 터뜨리며 『아빠, 돈 안 벌어와도 좋으니 빨리 돌아오세요』하며 목메어 울었다.
방씨는 2년 전 보성산업에서 대우개발차장으로 「스카웃」되어 지난 1월 15일 「리비아」에 건설수주관계로 출장 갔다가 「파리」를 거쳐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
방씨는 69년 서울대 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서울여자대학을 졸업한 부인 김씨와 8년 전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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