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권한 위임 없는 책임 부총리는 옥상옥일 뿐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 15개월여 만에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밝힌 조직개편의 핵심은 각 분야를 책임질 부총리제의 도입이다. 총리는 공직사회 개혁과 사회 안전, 법질서 확립,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전담하는 동시에 국정의 총괄 운영을 맡기로 했다. 대신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가, 외교·국방·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비경제 분야인 교육·사회·문화·고용 등은 사회부총리가 각각 책임을 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정 분야별로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둬 정부 정책의 조정을 좀 더 강화하는 한편, 국정 운영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정의 세세한 것까지 지시·명령하면서 각 부처 장관은 이를 받아 적는 식의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국정운영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로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이다.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가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부총리가 각 부처의 장관들을 총괄할 수 있도록 자리에 걸맞은 권한을 위임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부총리를 중심으로 각 부처들이 충분히 조율하고 정책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율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이런 권한 위임과 자율성 부여 없이는 책임 부총리는커녕 의사결정 과정만 복잡하게 만들고 부총리 자리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

 특히 사회부총리는 교육·고용·복지라는 각기 전문적인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다.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능력,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획 능력이 필요하다. 교육부총리가 2001년 생겼다 7년여 만에 폐지된 것도 정책 조정 기능의 부재 탓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이 사회부총리에 걸맞은 능력 있는 인물을 찾아 과감한 권한 위임을 통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