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기와 실물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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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예고지표가 상향성 안정세를 지나 과열 국면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대해 정확한 정세 판단과 정책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중의 경기예고지표는 1.9로서 73년이래 가장 호황을 가리키고 있다.
부문별로는 화폐 발행·총통화·건축 허가·기계류 수입·어음 교환·원료 수입이 과열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일반 기계 생산·수출·신용장 내도 등이 침체 상태에 있다.
구체적으로 여러 경기 지표를 분석할 때 현재의 경기 상태를 과연 호황으로 보아야 하느냐 엔 다소 의문이 있다.
화폐 발행이나 총통화의 적신호는 유동성 범람을 나타내는 것이며, 어음 교환 증가는 늘어난 통화를 줄이려는데 따른 통화 회전 속도의 가속이라 해석된다.
기계류 수입과 건축 허가 면적 증가는 일부 중화학공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와 「아파트」건축 등에 기인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일반 기계 생산과 수출 관련 지표가 침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어두운 그늘이 되고 있다.
설비 투자를 나타내는 기계수주액 등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비 투자의 실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최근의 기업 분위기나 「인플레·무드」 등으로 보아 생산 부문의 설비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 않겠는가.
따라서 일부 중화학공업의 대형 투자를 가지고 전반적인 기업 투자의 활성화로 속단해선 안될 것이다.
평균적으로 본 설비 투자는 저조한 편인데 이는 생산성 상승율의 저조나 중소기업의 경영 침체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설비 투자에 있어서도 대·중소기업간의 이중구조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통화 부문에서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전반적인 설비 투자가 아직 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최근의 호황이 오히려 가격경기에 가까우며 이는 심각한 「인플레」로 연결될 우려가 있음을 뜻한다.
일부 업종에서 생산 및 출고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인플레·무드」에 따른 환물 투기에 자극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점을 종합할 때 2월중의 경기예고지표의 상승을 꼭 좋은 조짐으로만은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실물 경제의 확대를 앞지른 통화 증대 때문에 장기적인 안정 기조나 지속 성장에 문제점이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수와 외수간의 경기의 이중구조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는 중동 용역비 때문에 국제수지가 호전되고 있으나 국내「인플레」로 인한 국제경쟁력의 약화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큰 부담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점이 많다.
과거 물자 부족·외환 위기 때문에 유용한 지표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설비 투자 관련 지표·실업율·구인 배수 가동율·기업 수익율 등을 무시하고 경기 진단을 하겠다는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경기 실태를 정확히 알아 필요한 정책 조정을 하기 위해선 우선 현실적 경기 지표나 경제 통계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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