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 넘어 산… 신민당|어려워진 전당대회 소집… 그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임시전당대회 소집을 둘러싼 신민당 양파의 대결은 6일의 정무회의를 고비로 새 국면에 진입했다.
정무회의에서 4대20으로 대회 소집파가 열세임이 드러난 이상 약간의 논란은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보나마나한 일.
따라서 당 공식 기구를 통한 합법적 대회 소집 요구는 사실상 불발로 끝장난 셈이고, 비당권파의 다음 단계 「투쟁」은 불가불 「비공식적 방법」에 의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정무회의 결정이 있자 마자 「야투」측에선 벌써부터 농성용 가마니 구입설이 나돌아 불길한 실력대결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권파는 10대 총선의 공천권을 보도로 회유·위협의 양면 대처로 임할 속셈이나 총선에 임박할수록 수가 늘어나게 마련인 공천 무망파·공천 탈낙파의 「야투」동조 경향을 감안하면 신민당의 집안 사정은 앞으로가 더 첩첩이다.

<4대20… 불 소집파 우세>
4대20의 압도적 다수로 「공식회전」을 「외형상」결판낸 6일의 정무회의는 유신체제하의 야당 대통령 후보 문제에 대한 신민당 간부들의 시국관을 반영.
논쟁의 초점은 ▲현 체제하에서 야당이 대통령 후보를 낼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대회가 열리면 당권 도전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집약됐다.
대통령 후보지명 「여부」문제가 전당대회 의제가 되느냐의 당헌 시비는 후보지명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견해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의제 불성립→대회 불소집→후보 부지명의 논리가 뻔하기 때문이다.
원만한 대회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 제기는 대회를 열면 과열한 당권 경합으로 파국이 올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 파국에 대한 안전판이 미리 마련되지 않으면 대회를 열지 않는 게 좋다는 논리다. 대회를 안 열고, 당권 경합 기회가 없게 되면 당권파에겐 「득」이요, 비당권파에겐 「실」이란 것은 자명한 일.
따라서 대회 소집파는 주로 「후보 필요론」을, 소집 반대 또는 회의파는 ①후보 불필요론 ②의제 불성립론 ③파국 우려론 또는 내분 지양론을 편 셈이다. 먼저 4명의 소집파의 발언 요지는-.
△이민우 국회부의장=대통령 후보 지명은 대여 투쟁의 한 과정이다. 기자 회견 유세 등 실질 투쟁을 위한 것이다. 후보 내는 것은 당연하다.
△정해영 의원=지도 노선 비판은 민주 정당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후보 지명은 당의 최대·최고의 과제다.
△박한상 의원=전당대회는 만능이다. 소집 요구가 있는 이상 열어야 한다.
△황낙주 의원=대의원의 소집 요구가 있는 이상 의제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선거의 목적은 당선만이 아니다. 후보를 내세워 당의 정책을 널리 알리는 게 좋다.
후보 불요론을 전개한 발언으로는-.
△송원영 총무=현 체제의 모순 지적을 위해 후보는 안 내는 게 좋다. 야당 참여의 길이 봉쇄된 사실을 세계에 고발하자.
△박해충 의원=현 체제하에서 후보를 내자는 것은 얼빠진 일이다.
△김수한 의원=환각적인 후보 지명은 말도 안된다. 체제 개선을 위한 궐기대회라면 대회를 열어도 좋다.
△채문식 의원=명분상 후보는 안내는 게 좋다. 내분 지양·파국 우려를 내용으로 한 발언으로는 『대회를 열면 파국은 뻔하니 먼저 대화를 해야 한다』(고흥문), 『대회가 대여 투쟁의 봉화가 되면 좋지만 파국이 되면 곤란하므로 지도자간의 대화를 하라』(이중재), 『정부·여당은 우리당의 내분을 과장 선전해 국민과의 거리를 멀게·한다』(채문식), 『정부·여당은 신민당의 집안싸움을 장기 집권의 구실로 삼고 있다』(박영록)… 등.
이철승·이충환·유치송·김재광 최고위원, 정헌주 전당대회 의장 등이 주로 의제 불성립론으로 대회 소집을 반대.
다만 신도환 최고위원만이 『후보 지명 여부를 정무회의에서 결정하든가, 못하면 대회를 여는 수밖에 없다』고 발언.
과열당권 경합 우려에 대해 소집파에서는 별 응수가 없었고 다만 정해영 의원이 『지도 노선 비판은 민주 정당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

<야투… 반격 태세 방법 숙의>
정무회의가 대회 불 소집으로 기울자 「야투」측은 『소집 요구에 서명한 3백명 대의원의 뜻을 무시한 처사』라며 즉각 반격 태세.
이들은 『최고위나 정무회의가 대회 개최 여부 의제 등을 시비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주장, 박정배 대변인을 통해 즉각 『대의원들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것은 당권자의 횡포이며 명백한 당헌 위배』라고 성명.
박 대변인은 『전당대회를 봉쇄함으로써 당이 시끄러워지고 이로 인해 당이 폭발되기를 바라는 것은 이적 행위』라고 규탄.
이들은 특히 정헌주 전당대회 의장이 대회를 피하려는 당권파에 협조적인 것으로 판단, 정 의장 집에 찾아가 농성 등 실력행사를 벌이기 위해 깔고 앉을 가마니 구입을 시작했다는 얘기.
「야투」는 전국 시·도「야투」의장단 회의를 소집하여 중앙당에 대한 대회 소집 촉구 운동을 전개하는 방법, 지역별 촉구 궐기 대회를 가지는 방안 등도 계획 중이며 소집 요구 서명자 대회, 대회를 반대하는 지구당 위원장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지구당별 「야투」조직도 생각하고 있다. 「야투」는 7일 긴급실무위원회의를 소집해서 다음 투쟁 방법은 시위·항의·농성 등 실력대결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특히 Y·K·L·P의원과 또 다른 P의원을 「기회주의적」태도로 대회 소집을 방해하는 사람들로 규정, 우선 이들의 지구당에 「야투」지부를 결성하여 「보복전」을 전개키로 결의.

<당분간 계속될 「내출혈」>
정무회의를 계기로 대회는 안 열릴 공산이 크지만 열리든, 안 열리든 신민당의 「내출혈」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안 열린다면 열자는 데 서명한 3백명 대의원 의사가 당 기구에 반영 안되는 「비민주성」 의 문젯점을 안게 되고, 서명자의 의사가 대부분 「진정」이 아니라고 결론을 낸다면 그런 대규모 「가짜극」이 가능할 수 있을까의 의문과 당풍토의 문제가 남는다.
가능성이 없긴 하지만 열더라도 당권을 둘러싼 과열·타락상이 막아질 수 있을지 문제다.
결국 내출혈의 계속은 장기적으로 양파에 다같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과 총선에 대비한 전열 정비라는 차원에서 신민당은 새 각오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주원상·이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