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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도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기관에 의한 청와대 도청설의 일부가 「포터」전 주한 미 대사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청와대 도청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박동선 사건이 폭로되기 시작한 재작년 말 「워싱턴·포스트」지에 의해서다. 이어 작년6월 「뉴욕·타임스」지에 의해 또 다시 미CIA의 청와대 도청설이 보도되었다.
이러한 도청보도는 박동선 사건, 김상근 망명사건과 함께 한미간의 3대 외교문제로 부각되기까지 했다.
당시 미 국무성 측은 공식적인 논평 없이 고위 당국자가 사적으로 청와대 도청사실을 부인하는 형식을 통해 이를 해명했고 우리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후 작년 8월 「터너」CIA국장이 청와대 도청 사실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그 뒤에도 도청설에 관련된 설왕설래는 끊이지 않았고, 반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미 하원의 「프레이저」의원은 최근의 청문회에서 미국의 정보 보고라는 것을 원용하기도 했다.
때문에 한미간에 공식적으로 미 기관에 의한 청와대 도청이 없었던 것으로 양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청에 대한 짙은 의혹만은 가시지 않았었던 것이다.
거기다기 67년 이전의 도청이라고는 하나 이번 「포터」전 대사의 시인은 지금까지의 미국의 부인을 이제 그 신빙성을 잃게 해버렸다.
이쯤 되면 아무리 외교적으로 도청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해 두려 해도 해둘 수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라면 우리정부의 가장 중추기관이다. 이곳이 최대의 우방이라는 미국에 의해 한시나마 도청되었다고 생각하면 새삼 주권 침해라고 분노를 터뜨릴 나위도 없다.
해방이후 미국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거의 맹목적이었다 할 수 있다. 더구나 67년 이전이면 한미 양국은 월남의 전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여 공산주의자들과 싸울 때다.
그러한 시기에 미 기관이 청와대를 도청했다면 이는 가장 믿는 전우에 의해 발등을 찍힌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불법적 부도덕 행위이기 이전에 우방으로서의 행위라 할 수 없다.
도덕정치를 표방하고있는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구렁이 담 넘어가기 식이 아닌 철저한 해명과의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청와대 도청문제에 대한 미국 내의 반응은 그동안 대체로 두 갈래였던 것으로 보인다. 도청행위가 비 도덕적이라는 반성의 측면과 도청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로비·스캔들」의 배후를 밝혀보자는 측면이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도청의 비 도덕성을 규탄하는 소리보다는 후자의 소리가 너무나도 높았던 것 같다. 「워터게이트」도청을 이유로 대통령까지 몰아냈던 그들의 「도덕성」의 이중 기준을 드러낸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특히 「워터게이트」사건 규명에 앞장섰던 미국 의회가 청와대 도청문제에 대해서도 상응한 열성을 보임으로써 그들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감 해소에 앞강서야 할 것이다.
우리 외교당국도 미 기관에 의한 청와대 도청이 일부나마 확인된 이 마당에 그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물론 진상을 구명하자고 우리마저 「포터」전 대사의 출두 요청 같은 국제법에도 없는 주장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과거에 대한구제와 장래에 대한 보강조치를 기필코 강구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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