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차 1대당 3천5백 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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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시행정은 한마디로 대민 서비스행정이라고 해서 과언은 아니다. 시민의 생활주변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 곧 도시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민 서비스 가운데서도 가장 신경을 써야할 분야는 상하수도·연료문제와 함께 쓰레기 수거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택가 골목골목에는 제때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더미가 쌓인 채 청소서비스는 개선은커녕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변두리 고지대 등 청소취약지역이나 김장철에 한해 쓰레기체증현상을 빚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요즘은 지역과 계절에 관계없이 쌓여 시민들의 불평과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쓰레기 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청소인력과 장비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당국의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미흡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쓰레기 배출량은 문화 및 산업발전의 척도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도 70년대를 전후해 산업화사회 대열에 뛰어듦으로써 가정용 쓰레기의 증가는 물론, 각종 산업쓰레기와 공공시설물 및 고층빌딩군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량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의 예를 보면 연간 쓰레기 배출량이 69년도엔 2백여만t으로 1일 5천5백여t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3백67만여t으로 1일 1만여t에 이르고 있다. 즉 10년 사이에 2배에 가까운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청소인력은 3천9백13명에서 5천5백22명으로, 청소차량은 3백9대에서 4백37대로 고작 41%밖에 늘지 않았다.
즉 청소원 1명이 평균 2백70여가구, 청소차 1대가 3천5백여가구를 맡고있는 셈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7백50여만명의 시민을 포용하고 있는 수도서울의 쓰레기수거가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현재 보유하고있는 청소차 가운데는 낡은 것이 적지 않고 청소차 운전기사마저 구하기 어려워 청소장비의 가동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당국은 그런데도 청소예산절감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대민 서비스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인 청소업무의 일부를 시민들에게 떠맡기려 하고있다.
서울시당국은 최근 구·출장소별로 쓰레기 자가수거지역을 지정한데 이어 28일에는 각 기관·단체·직장별로 건물주변을 청소책임구역으로 지정, 청소를 의무화했다. 심지어는 일반가정에까지 주변청소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때엔 건물주를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작업에 전 시민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것은 굳이 『내집 앞은 내가 쓴다』는 새마을 정신을 들춰내기에 앞서 환영할만한 일이며 또 그렇게 돼야한다. 그러나 이를 어겼다고 해서 오물청소법 또는 경범죄 처벌법까지 적용, 시민을 처벌한다는 것은 좀 생각할 문제다.
이같은 발상까지 하면서 난제를 해결하려는 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재정형편이 어렵다 하더라도 청소원의 증원 및 대우개선·장비보장과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당국의 대책수립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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