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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직전 영국 첫 남극탐험선 "『디스커버리』호를 구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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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장두성 특파원】남극탐험사에 『비극의 영웅』으로 기록돼있는 영국 로버트·F·스코트의 탐험선 디스커버리호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있다.
지금까지 40년 동안 런던의 템즈강변에서 수상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어온 이 배는 선체가 낡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게되어 현재의 소유주인 영국 국방성은 수리비 50만파운드(약4억5천만원)를 구할 수 없어 배를 잘 간수할 독지가에게 주어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배는 남극탐험을 위해 1901년 특별히 건조된 것이다. 선체의 길이가 1백72피트이며 두께는 남극의 얼음을 이겨내기 위해 11인치나 된다. 배수 t수는 1천6백20t이고 4백50마력 엔진에 3개의 돛을 겸하고 있다. 이 배는 실험실을 갖추고 2년분의 식량을 실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배는 1901년부터 3년 동안 처음으로 남극탐험길에 올랐었다. 스코트 탐험대는 약5백마일 내륙으로 들어가다 안개와 진눈깨비 및 혹한으로 되돌아왔다. 1912년 스코트 선장은 다시 이 배로 탐험대를 조직, 극점도달에 성공했지만 돌아오다가 식량비치소를 11마일 앞두고 피로와 혹한에 지쳐 전원 숨졌다. 뿐더러 스코트보다 34일 먼저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남극에 깃발을 꽂고 무사히 귀환, 결국 첫 남극정복의 영예를 차지해버렸다.
영국의 남극문제 전문가들은 스코트 일행의 실패원인이 개 썰매를 사용하지 않은데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문센은 개 썰매를 효과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큰 장애 없이 남극정복을 끝마쳤는데 스코트는 『짐을 개에 운반시키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탐험대원들 자신이 짐을 끌고 가도록 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호를 개인에게 공짜로 내어주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케임브리지에 있는 스코트 극지연구소는 이 배를 새로 지을 극지박물관의 중앙장식지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몇몇 독지가는 기부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국방성은 그 정도로는 디스커버리호를 살릴 수 없다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가진 독지가를 찾고있다.
1901년 당시의 화폐로 4만5천파운드를 들여 건조한 이 배를 공짜로 주겠다고 해도 그 유지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영국인들은 안타까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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