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에 첫 유죄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형사지법 정광진판사는 27일 남의 책을 표절하여 책을 출판판 S여사대 미술교육과 교수 이근배피고인(51·서울도봉구우이동56의20)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저작권법 위반죄를 적용, 이피고인에게 징역 6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표절시비가 붙어 법정에서 유죄판결이 내린것은 우리나라 사법사상 첫「케이스」. 이피고인은 민속화(민속화)연구가인 김만희씨(46·서울성북구상월곡동4의5)가 73년에 출판한 『한국민속도감(한국민속도감)』 『민속도록(민속도록)』 『도록(도록)』등 책자를 이용, 김씨의 허락없이 이들 책자에 수록된 민속문양·모형 각종 그림 2백66점을 표절하여 자신이 76년 9월에 출판한 『한국전통문양』이라는 책자에 수록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수집하여 출판한 각종 민속문양·모형자체에 대해서는 김씨의 창작품이라고 할수 없으나 이를 김씨가 그림으로 옮겨 출판했을 경우 이도안은 김씨의 창작품이라고 할수 있으며 따라서 이 경우 김씨의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유죄이유를 밝혔다.
이피고인은 당초 지난해 6월 원저작자인 김씨로부터 고소를 당한후 『김씨가 그린 도안의 소재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양·모형일뿐 김씨의 창작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그문양·모형자체는 널리 알려진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도안이나 저술로 옮기는 행위는 창작행위로 볼수있기 때문에 이는 마땅히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양식이 있는 이피고인이 김씨가 저술한 책자에 수록된 각종도안을 한마디의 양해도 없이 투명지를 대고 그대로 복사하여 자신의 저술인양 출판하는 행위는 처벌되어야 한다』 고 말했다.
당초 이사건은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큰 관심을 끌어왔으나 미술품의 표절을 둘러싼 판례가 없어 이사건의 판결결과가 관심을 끌어왔었다.
한편 이사건을 기소한 당시 서울지검 김양균검사(현광주지검부장검사)는 수사당시 10여명의 미술계 중진작가들에게 이씨의 행위가 표절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묻는 「앙케트」까지 돌려 화제를 모았었다.
지금까지 저작권위반을 들러싸고 관계자들이 고소하는 사례는 많았으나 수사·재판도중 당사자간에 화해하여 고소인이 소를 취하함으로써 판결이 한건도 없었다.
관계법조문은 다음과 같다.
▲저작권법 제64조=자기의 저작물중에 정당한 법위내에 있어서 인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않으나 이경우 그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