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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시련 겹겹이…『90년대의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0년대를 향한 한국의 미래상을 모색하는 전경련과 한국미래학회 공동주최의 심포지엄(제2부)이 21일 서울 3·1로빌딩 28층에서 열렸다. 다음은 그 주제논문중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고도산업사회에서의 인간·문화·교육>정범모(충북대총장)
현대인은 자연을 앗아가는 생산체제와 인간을 훼손하는 사회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산업화는 인간의 빈곤해소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비인간적 가치에 치중하게 되고 인간을 오히려 그 수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자발성이나 능동성은 점점 퇴화되고 개성은 상실되면서 물질적·생산적 가치가 인간적 가치를 압도해간다.
인간이 산업화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계획이 인간화돼야한다. GNP와 함께 GNS(국민총만족) GNH(국민총행복) GNW(국민총복지)등이 지표로 되어야 한다.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늘려야하며, 개인단위의 예술활동을 통해 산업사회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느끼고 음미할 기회를 갖도록 권장되어야 하고 사회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90년대 한국사회와 전통문화의 전개>유주현 (작가·중대교수)
90년대를 전망하면서 지금이 뒤떨어져 있는 우리 민족문화의 새로운 창업을 다잡아 출발시켜야 할 때라고 볼 때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향락문화의 범람, 창조력의 빈곤, 공해문제, 도덕률의 파괴, 대중의 방황과 권태 따위와 같은 것들이다.
여러 가지 접근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첫째 90년대의 경제적 고도성장이 보다 큰 노동력을 요구함으로써 이에 따른 잠재적 문화인력과 창조능력의 휴면기가 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민족의 영원한 자산은 그 민족이 이룩해놓은 문화예술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다 90년대에는 우리세대도 무언가 이룩해서 전승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90년대를 제1목표로 설정하여 잠시 등한시했던 전통문화의 꽃술을 가꿔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세대가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이다.

<변천하는 삶의 공간>최상철(서울대·사회학)
우리의 공간구조의 특징은 이른바 동양적 수리사회에 기조를 둔 농경적이고 반도시적 문화와 정신유산 속에 형성돼온 단순한 형태인 것이다.
7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적 흡인요소가 강력히 작용하는 제4의 도시화는 해외지향성의 증대 및 산업노동자의 증가와 함께 80년대 중반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도시화 율이 75∼80%선에서 정태적 안정기를 맞고 소위 「U턴 현상」이라고 하는 이도향농 현상이 미약하나마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택지개발의 한계점에서 비롯된 아파트·붐은 80년대 중반에는 또 다른 하나의 전기를 맞아 새로운 단독주택을 추구하려는 현상과 함께 슬럼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새로운 주거양식으로는 아파트도 단독주택도 아닌 전원형 아파트와 자동차 보급에 따른 교외도시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 또 자기집이라는 소유개념도 변질돼 자가소유로부터 임대주택의 개념이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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