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코리아게이트·쇼 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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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은 14일부터 1주일 이상 미 의회와 워싱턴의 연방 지방법원에서 일제히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박동선 사건 조사라는 연극의 마지막 무대다.
상원 윤리위가 14일부터 4일간 박씨의 비공개증언을 듣기 시작하고, 15일에는 연방법원이 김막조씨 재판의 막을 연다.
또 하원의 프레이저 소위는 15일부터 4일간 또 한차례의 박동선 사건 청문회를 열고, 24일에는 리처드·해너 전 하원의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어 박씨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의 증인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마치 교향악단이 심퍼니를 연주할 때 대단원부분에 가서 모든 악기가 일제히 합주되는 『투티(합주곡)』와 같은 모습이다.
하원 윤리위의 박동선 증언청취가 재워스키의 무리한 진행으로 정확히 만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불만족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막을 내리고 나니 당초부터 이 사건조사에 흥미조차 없던 상원 윤리위가 박씨를 불러놓고 청문회를 위한 청문회를 열고있다.
김막조씨와 해너씨의 재판은 당초부터 예정했던 것이라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숨은 곡절은 없는 눈치다.
그러나 프레이저 소위가 키신저 전 국무·미첼 전 법무장관과 도널드·레너드 전 국무성 한국과장·윌리엄·포터 전 한국대사·마셜·그린 전 국무차관보를 증인으로 불러 4일간 『한국의 향연』을 벌이려는 것은 올해 11월 미네소타주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하려는 도널드·프레이저의 『사전선거운동』의 악취를 짙게 풍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복역중인 미셀을 감옥에서 불러내고 당대의 영웅 키신저를 호출한 것은 그것만으로도 언론과 여론의 각광을 받을만한 것이다. 프레이저 소위는 청문회 개막 12시간 전까지도 누가 증인인지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그것을 의도했든 안 했든 간에 그런 기밀작전까지도 뉴스의 초점을 그들의 청문회쪽으로 끄는데 무시못할 몫을 하고있다.
거기다가 사전보도대로 소위가 5백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자료를 공개한다면 상원 윤리위의 박동선씨 증언이나 법정의 김막조씨와 해너 전 의원 재판은 그 문서의 위력에 눌려 뉴스의 뒷전에 처질 것이 뻔한 일이다.
만약 프레이저 소위가 공개한다는 방대한 조사자료에 이른바 도청사건 같은 것이 들어 있으면 한미관계는 다시 한번 경련을 일으킬 것이 확실하다. 만약 이 문서가 이른바 『백설작전』이나 『빙산작전』의 내용이라는 것이 들어있다면 그것 역시 일부 한국사람들이 작성한 로비활동계획을 한국인 전체의 국가백년지계인양 화려하게 공개한다는 데서 프레이저 소위가 한미관계에 미칠 악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원 윤리위·법원, 그리고 프레이저 소위의 경쟁적인 한국『난타』로 박동선 사건은 절정을 장식할 것이 예상되지만 마지막무대에서 한국과 한미관계가 치를 댓가는 너무 비쌀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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