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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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흔한 암은 여전히 위암(남자) 과 자궁암(여자)이지만 근자에는 폐암과 유방암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조사결과가 발표되어 암 관리의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한 암 협회가 76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해동안 전국 9개 종합병원에 등록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한국인의 암 발생 추세』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 (25· 0%) 간암 (16· 2%) 폐암(9·9%)의 순 이고 여자의 경우는 자궁암(41·4%), 위암(12·3%), 유방암(12·0%)이다.
이렇듯 위암과 자궁암이 높은 발생분포를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암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실시된 1967년 이후 큰 변동이 없다.
그런데 폐암과 유방암의 경우는 발생증가 추세가 현저하다.
67년 대한병리학회의 조사에서 전체 남성 암의 4·08%에 지나지 않던 폐암이 71년 5·6%, 74년 7·8%로 늘어났고 이번에는 무려 9·9%를 점해 10여 년 전보다 거의2·5배로 급증한 것이다. 유방암도 67년에 7.48%이던 것이 10여 년 사이에 12·0%로 늘어났다.
이와 같은 폐암과 유방암의 급격한 증가추세는 우리나라에서도 암 발생「패턴」이 서구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폐암과 유방암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그 발생률이 가장 높고 또 계속 증가일로에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시민생활의 기계화에 의한 환경산물의 영향 탓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폐암과 유방암은「부자 암」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대기의 오염·각종 합성 화학물질·담배 등 이 폐암의 원인으로 지적된 지는 오래다. 따라서 폐암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유방암의 발생도 임신횟수와 반비례하며 고소득층에 빈발한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 나라에서의 유방암 구성비 증가추세는 경제발전과 가족계획의 결과로 비롯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사실 우유대신 젖을 먹일수록 유방암 발생이 줄어든다는「리프트」는 얼마든지 있다.
무릇 암 발생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지역 및 생활환경, 생활습성, 종족, 종교, 직업 및 사회경제수준 등 제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므로 넓게는 국가간에, 좁게는 지역적으로도 그 발생「패턴」이 달라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빈자 암」으로 불리는 위암과 자궁암이「부자 암」인 폐암과 유방암이 공존하고 있는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어 앞으로의 우리나라 암 관리에 있어 커다란 문젯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 같은「빈자 암」과「부자 암」의 공존은 우리 사회의 이중구조의 심각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암 관리의 사회성을 보다 강조해야 할 것 같다.
암의 정체가 아직 구명되지 않은 채 전세계적으로는 약 6백만 명, 우리나라에서는 약 4만 명이 매년 암으로 죽어 가는 이 시점에서 암 관리의 사회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의 제고를 새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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