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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굳혀진「화국봉 체제」|중공 제5기「전인대」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일 끝난 중공의 제5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서기2천년 대에 미-소에 버금가는 사회주의 강국건설이라는「새로운 장정」에 초점을 모은 대회였다. 전인대는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사개편 및 헌법개정, 그리고 기구개편을 승인했다.
우선 이번 전인대의 최대 관심사였던 요직 개편의 결과는 화국봉 지배체제가 확고하게 들어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화는 자신의 지위를 약화시킬지도 모르는 국가 주석 직의 부활을 저지했고 등소평이 수상에 승진되리라 던 예상을 뒤엎고 당 주석 겸 수상 직에 유임됐을 뿐 아니라 국방상에도 등의 강력한 지지파 허세우 광주군 구 사령관을 제치고 군 원로인 서향전 정치국원을 내세웠다.
화 주석은 또 최근 비판을 받아 실각 설까지 나돌던 진석련 북경 군구 사령, 오 덕 북경시 혁명위 주임 등의 직위를 유임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런 사실은 화가 현재 중공의 최대 실권파인 등소평 주위의 수건파틀 장악했거나 그들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국무원인사에서 등 계열의 인사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 주요배경은 등 계열이 주로 기술관료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건설을 최대목표로 하고 있는 화 체제로선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물론 이런 배경에는 등소평 자신을 포함한 원로 층, 특히 엽검영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파벌 사이의 완충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낸 데도 기인한다. 중공 지도층이 화 지배체제를 강화한데는 안정과 단결을 통해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야심적인 청사진을 이번 전인대에서 마련했기 때문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화 체제는 그런 목표추진을 위해『모든 적극적 요소와 이용 가능한 모든 힘을 남김없이 동원한다』(11차 전당대회 공보)는 측면에서 제5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인대와 병행해서 개최했고 국무원에 민족사무위원회를 신설했다.
국무원 인사 및 기구개편의 핵심은 경제관계에 역점을 두었다. 13명의 부수상 중에 9명이 경제전문가 출신이고 7개 신설기구 중 5개가 경제관계기구다. 7개의 기계공업상 중 5명이 교체된 것도 화 체제의 경제 및 국방건설에 대한 열의를 반영한다.
헌법개정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개정보고에 따르면 금세기 내에 농업, 공업, 국방, 과학 기술의 4가지 근대화와 그를 뒷받침할 교육, 문화. 과학 기술의 건설을 전문에 명문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규정과 조치는 모택동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모는 끊임없는 계급투쟁을 실천했었다. 그러나 화는 모 노선의 계승발전을 이번에도 삽입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제건설에 종속하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새 헌법은 사회주의적 민주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헌법이 대중의 간부비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75년 폐지됐던 최고인민검찰 원을 부활한 것은 사회주의 법권에 위반하는 행위를 유효 적절하게 처리하겠다는 결의로 보인다.
이번 전인대는 또 중공이 제3세계 론에 입각해서 주은래 전 수상의 대외정책을 그대로 따를 것임을 밝혔으나 정부보고에서 처음으로 대만해방을 위한 무력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 점으로 보아 대한 정책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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