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외화수입의 종합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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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일·쇼크」후 한때 위험한 고비까지 갔던 국제수지가 기사회생을 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중동「붐」을 탄 해외건설 용역 수입의 격증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오일·달러」의 환류에 있어 가장 성공한 나라 중의 하나로서 중동 건설 수입이 전상수지의 흑자전환을 주도했고 경제성장·수출증가·고용 확대에도 큰 기여를 했다.
중간 외화수입은 75년만 해도 2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작년을 고비로 10억「달러」선을 넘어 GNP에 대한 비중이 5%를 상회했다.
그러나 중동 진출에 따른「마이너스」면도 없지 않다.
우선 중간 외화수입의 격증으로 인한 통화 증발과 인력·물자의 유출「러시」로 말미암은 국내 인력 수급의 차질 및 가격 상승 등이 그것이다.
원화로 전환된 외화수입이 제도 금융으로 흡수되어 생산「채널」로 환류되지 못하고 부동 자금화 함으로써 최근의 투기 파동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그 부작용의 하나다.
이제까진 어떻든 외화를 벌어 오는 데만 신경을 썼기 때문에 외화수입의 격증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응조처가 미흡했던 것이다.
중동「붐」이 기업 및 국민경제의 비약적 확장에 큰 기여를 했으나 이것이 정상적인 경제의 순환 속에 흡수되지 못하고, 부문간 과대 팽창 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투기「붐」에 따른 집 값의 폭등 등이 그 좋은 예인데, 중동「붐」으로 경기도 좋아지고 소득도 올랐지만 집값 등 생계비가 뛰면 높아진 소득도 명목적인 것이 되고 만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중동에 나아가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로 번 외화가 통화증발을 일으켜「인플레」를 초래했다면 결국 이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보는 계층은 다름 아닌 바로 그들 근로자 자신인 것이다.
오히려 통화 홍수의 틈서리를 타고 투기이익을 본 사람이 중동 경기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나온다.
월 10만원씩 받던 기능공이 중동에 나가 5백「달러」를 받는다 해도 3백만원 하던 15평 짜리「아파트」가 불과 1∼2년 사이에 6백만원이 되었으면 집 없는 사람이 내 집 갖기는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니겠는가.
「인플레」가 되어 집 값 등이 뛰면 재산소득과 근로소득간 또 소득계층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런 사태는 근면과 성실의 국민적 가치를 고취하는 면에서나 사회정의의 진작이란 관점에서 매우 소망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앞으로 중동 경기의 이용에 있어선 단지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단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것이 국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 전체의 생활향상 및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향이 되어야할 것이다. 만약 현재의 「패턴」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수주 및 외자 수입증가에 따른 충격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동경기는 앞으로 5∼8년은 더 계속된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적위주의 적자 수출이 줄어야 하고, 수입외화의 원화 전환분이 제도 금융으로 흡수되어 생산 「채널」로 순환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경제적 유인에 의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중동 외화수입으로 인한 연간 통화증발은 근로자 송금분이 약 l천억원, 건설 용역분이 2천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러졌는데 이 자금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흡수책을 마련치 않고는 통화 홍수와 「인플레」의 수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대응책이 늦을수록 부작용도 클 것이므로 외환·통화면에서 중간 외화 수입에 대한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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