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엔 백지-미국의 10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지식의 홍수 속에 살며 가장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다는 미국의 10대들이 국내 정치에 관한 지식이 한심할 정도로 형편이 없음이 드러나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연방 정부가 최근 미국 전역의 10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평가「테스트」에 의하면 미국 10대들의 50%이상이 자기 고향의 상원이나 하원의원들 이름중 단 1명도 모르고 있었고 3분의1은 상원의원이 선거에 의해 뽑힌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10대들은 미국 대통령이 「지미·카터」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조금만 내려가도 그들의 정치지식은 형편없이 수준이 낮았다. 10대들의 3분의1 이상은 언론이 정부관리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4분의1은 상원이 의회의 일부라는 사실도 몰랐었다고 고백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35%이상의 10대들이 그들의 민권이 헌법에 규정돼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정부관리들은 이같은 미국 청소년들의 정치 지식의 무지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학교교육이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학교 교육 관계자들은 『10대들의 정치지식 부재의 책임을 학교에만 떠맡기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정치 지식은 반드시 학교에서만 얻어지는게 아니며 각 가정과 언론과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고 반격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반증이라도 하듯 같은 10대라도 지역과 환경에 따라 「테스트」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대도시 시내에 사는 10대보다는 교외 부유 지역에 사는 10대의 정치지식이 훨씬 높았고 부모의 학력이 높거나 소득이 높은 집안의 청소년들이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있었다.
또 서부나 남부지역보다는 동북부와 중부지역에 사는 사람이, 또 흑인보다는 백인의 수준이 훨씬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