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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오르면 뭐하나 … 환노출 펀드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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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4년차 직장인 강모(31)씨는 올해 초 중국본토 펀드에 500만원을 투자했다. 일부러 환율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환노출형 펀드를 골랐다. “위안화가 올해 강세를 보일 거란 전망이 많아 환차익을 얻으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넉 달이 지난 지금 강씨는 10% 가까이 손실을 봤다. 주가는 제자리를 맴돌았는데 환율이 문제였다. 예상과 달리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연초 위안당 170원대였던 원화값이 160원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차라리 환헤지형을 들었더라면 손해가 거의 없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해외펀드는 환율변동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 나뉜다. 환헤지형은 환차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신 환차익도 포기해야 한다. 환헤지 비용도 별도로 든다. 반면 헤지를 전혀 하지 않는 환노출형은 환율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출렁일 위험이 있다.

 환헤지형과 환노출형 중에서 어떤 펀드가 유리할까. 본지는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똑같은 펀드를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 나눠 출시한 펀드 42쌍의 수익률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3년 수익률 기준으로 환헤지형 펀드의 수익률이 환노출형에 비해 최대 32.9%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일본 펀드였다. ‘하나UBS 재팬자’ 펀드의 경우 환헤지형은 3년수익률이 35.7%였다. 반면 엔화약세로 환차손을 입은 환노출형은 2.8%에 그쳤다. 중국 펀드와 원자재 펀드 역시 환헤지형이 4~10%포인트가량 높은 수익을 냈다.

 환헤지형 펀드의 상대적 선전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원화강세가 원인이다. 2010년 6월 달러당 1240원대였던 원화값은 올해 1020원 부근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선 환헤지를 하지 않은 환노출형 펀드는 환차손을 입게 된다. 대신경제연구소 김훈길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특히 통화가치가 많이 떨어진 남미의 경우 환노출형 펀드는 주가하락으로 본 손실보다 환차손이 오히려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환율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라면 마음 편하게 환헤지형 펀드를 들라”고 권한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투자대상 국가의 증시가 오를지 내릴지만 보고 펀드에 가입하는 만큼 환율변수를 제거한 환헤지형을 드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요즘 같은 원화 강세기에는 특히 환헤지가 필수다.

 그러나 환노출형 펀드가 꼭 나쁜 건 아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는 주식매매 차익에다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운용 전용우 채널마케팅본부 차장은 “환노출형과 환헤지형 중 어느 것이 꼭 좋다고 볼 순 없다. 거시경제에 밝은 투자자라면 환율 흐름을 예측해 환차익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가 환헤지를 하는지 살펴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모든 펀드 투자설명서에는 환헤지 여부와 헤지 비율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보통 환헤지형 펀드는 전체 운용자산의 80% 이상을 헤지한다. 투자설명서가 두껍고 어렵다면 펀드 이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주로 알파벳을 쓴다. ‘이스트스프링차이나자(H)’처럼 펀드명 끝 부분에 ‘H’라고 적혀 있으면 환헤지형 펀드다. ‘UH’라고 표기된 건 환헤지를 하지 않은(Unhedged) 펀드다. 일부 국내 운용사들은 숫자로 표기한다. 삼성·우리·대신자산운용은 펀드명 뒤에 1이 붙으면 환헤지형, 2라고 쓰여 있으면 환노출형이란 뜻이다.

김훈길 연구원은 “미국·유럽 펀드는 대부분 환헤지형이지만 브라질 등 신흥국 펀드는 환노출형 펀드가 많아 가입할 때 꼭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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