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잔치 비용으로 나무 500그루 기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일회성 잔치보다 후손에게 나무를 남기고 싶었어요.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가 자식 같기도 하고…."

오는 28일 고희를 맞아 칠순잔치를 마다하고 나무 5백그루를 기증한 김을조(70.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할머니.

金씨는 당초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을 불러 음식을 나눠먹고, 여흥을 즐기는 잔치를 계획했다. 자식들도 올 초부터 "잔치도 하고 해외여행도 보내 드리자"며 비용을 걷는 눈치였다.

그러나 평소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이고, 경북대 평생교육원 등에서 늦깎이 공부를 했던 그는 잔치 대신 식목행사를 갖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金씨는 지난달 말 경북 경산의 묘목농장을 혼자 찾아가 평소에 좋아했던 왕벚나무를 밭떼기로 계약했다. 굵기가 5㎝쯤 되는 벚나무 5백여 그루를 매입하면서 그동안 개인적으로 아껴둔 돈과 4남매가 칠순잔치 비용 명목으로 보태준 돈 등 4백만원을 치렀다.

金씨는 경북대.용산근린공원을 식목 장소로 결정했다. 경북대는 그가 지난 3년간 만학의 즐거움을 누렸던 곳이고, 용산근린공원은 평소 봉사활동을 해온 노인문화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