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적인 투기억제시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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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파트 값이 치솟고 투기가 성행하는 것은 수급 면의 불균형과 가수요, 게다가 여러 제도상의 미비점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투기억제를 위해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편면적인 응급조처로 이의 정상화를 기대한다는 것이 잘못이다. 아파트와 증권 등에 투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데 원인이 있다.
통화는 연율 40%넘게 급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도금융으로 흡수되어 생산 채널로 돌지 않고 아파트 수요 등으로 첨예화하고 있는 것이다. 통화팽창을 근원적으로 막지 않는 한 투기의 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득이 높아지면 주택수요가 늘고 고급화하는 것은 자연적인 추세다.
도시화·핵가족의 진전으로 서울·부산 등 일부도시의 주택부족율은 50%에 가깝다. 이런 절대적인 부족 외에 주생활의 향상욕구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런 수요들이 모두 겹쳐 심각한 아파트 부족으로 현재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수요의 급팽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주택투자는 GNP(국민총생산)의 3%선에 불과하여 인구 1천명에 신규주택건설은 5호 정도이다. 주택이 비교적 완비되어 있고 인구증가가 적은 선진국도 주택투자의 대GNP 비중은 대개 4∼5%, 신규건축은 1천명에 10호 꼴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주택부문이 자원배분 면에서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알 수 있지 아니한가. 주택건설은 정부가 지원·주도해야 할 기본적 사회수요임에도 불구하고 총 재정지출 중 주택부문비중이 0.4%에 불과하고 총 주택건설 중 공공부문에서 지은 것은 고작 35%선이다. 주택부문에 대한 이러한 정책적 무관심과 미흡한 대원배분으로 선수급 균형과 가격안정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계속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파트 투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재정·금융지원을 강화함과 동시에 보다 값 싸게 지을 수 있는 양산체제의 유도에도 노력해야겠다.
근원적인 주택부족 외에 가수요도 아파트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투기의 성행은 인플레 심리가 만연되고 있다는 증좌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단속적 규제조처도 물론 필요하지만, 역시 근본은 투기가 일어날 수 없는 여건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인플레」기조아래선 재산가치보전을 위해 은행 예금보다 부동산을 선호하게 되며 이는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 등에 수요를 폭발적으로 높인다. 투기와 인플레 이는 악순환 한다.
인플레로 투기이익이 있다고 전망되면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투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최근 아파트 청약저축을 실시한 결과 저축통장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따라서 투기를 없애려면 우선 정부 당국이 안정기조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또 물가가 안정되리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널리 신뢰·인식돼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물가 희생 위의 고도성장을 추구하면서 아파트 값의 안정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 부동산투기에 대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철저히 계속돼야 한다.
과거에도 몇 번 자금출처조사다, 세금추징이다 하여 엄포를 놓았다가 어느새 흐지부지 격이 많아 이번에도 과연 끝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많다.
아파트 경기가 다소 둔화되는 것을 각오하더라도 철저히 투기 단속을 강행해야 할 것이다.
또 투기 등을 없애기 위해 세제 면의 보완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세제는 소득에 대한 과세가 가혹한 대신 재산소득에 대한 세금은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이것이 근로의욕의 저해와 부동산 선호 등을 조장하는 면도 있으므로 재산세와 소득세와의 불균형 조정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파트 등 투기를 줄이고 불로소득을 없애는 것은 경제의 균형·공정화와 사회적·안보적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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