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소 국가안전협의회)가 없는 곳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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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의 정보기관 KGB(노어로 국가안전협의회의 준말)는 미국의 CIA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 정보기관이다. 어느 면에서 KGB는 CIA를 능가하는 조직이란 평가를 받는다.
우선 KGB의 예산은 1백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미국이 CIA·NSA등 모든 정보기관에 소비하는 예산 70억「달러」보다 더 큰 규모다. 인원도 74년 이래 엄청나게 증가, 50만명에 이른다.
서방 전문가들은 대외정보활동 면에서 KGB는 CIA와 다른 서구정보요원을 합친 수의 5배 정도라고 보고있다.
한 서구정보기관은 서유럽주재 소련공관에 근무하는 소련외교관의 24%가 KGB요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서독엔 87명, 「이탈리아」엔 53명, 핀란드엔 98명의 요원이 있다는 얘기다. 또 주미 소련대사관에 근무하는 1백36명의 외교관 중 35%가 KGB요원으로 믿어지며 그밖에 다른 요원은 타스통신 특파원·무역대리인·소련 항공사 직원으로 가장하고 있다고.
「유엔」등 국제기구도 KGB요원의 근무처로 안성마춤. 정보 전문가들은 유럽내 「유엔」기구에는 1백명이 넘는 요원이 직원으로 근무한다고 보았다. 그 일례가 76년에 국제원자력기구자료 정리부에 앉았던 「알렉산드르·베냐미느프」의 경우다.
그는 핵무기 관계 비밀을 취급하는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일했던 것.
소련대사 중에도 KGB요원이 있다. 가령 76년 그리스 공산당에 2천5백만「달러」를 지원해준 혐의로 비난받은 그리스 주재 「이반·유달초프」대사가 그 예다.
이같은 정보활동의 중심지는 「크렘린」궁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제2「제르친스키」광장의 KGB본부다.
KGB는 소련 안에서도 광범한 정보망을 가지고 취업·외국여행·대학입학허가까지 좌우한다. 또 형무소와 정신병원도 관리한다.
제정 「러시아」시대 비밀경찰조직의 후신인 KGB는 「볼셰비키」 혁명 후 「체카」·GPU·OGPU·MGB등으로 이름을 바꾸어왔다.
KGB는 73년 중동전때 「이스라엘」군이 「수에즈」운하를 건너 공격할 것을 몰랐고 77년 「인디라·간디」의 재집권을 낙관한 실수를 저지르긴 했으나 세계의 도처에서 정확한 정보를 빼놓지 않고 흡수하고 있다. 한 서독정보전문가는 『KGB사람이 없는 곳은 세계에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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