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국·정조국 "내가 진짜 저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3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 보조경기장. 길가엔 벚꽃이 만발했지만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할 만큼 쌀쌀했다. 환하게 밝혀진 조명탑 불빛 아래서 태극전사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5일 코스타리카 올림픽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소집훈련을 시작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훈련 현장이다.

김호곤 감독은 "소집된 20명이 모두 프로지만 실전 경험을 계속 쌓은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베스트 일레븐은 이번 훈련과정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선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한국은 오는 5월 3일 홍콩-스리랑카전 승자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지역예선에 돌입한다. 이번 평가전은 김호곤호 출범 이후 국내 첫 평가전인 동시에 지역예선을 앞둔 마지막 점검 무대다.

평가전의 초점은 청소년대표팀에서 뛰다 올림픽호에 첫 합류한 '젊은 피'5인방이 얼마 만큼의 기량을 발휘하느냐다. 특히 청소년대표팀에서 투톱을 이뤘던 최성국(20.울산 현대)과 정조국(19.안양 LG)은 올림픽호에서도 최전방에 포진할 가능성이 크다.

김감독도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이천수(22.울산) 대신 청소년 선수들을 중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마라도나'라 불리는 최성국은 요즘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로 데뷔전에선 결승골을 뽑더니 국가대표 데뷔전인 지난달 29일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도 물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숨쉴 틈 없는 일정에 체력이 바닥날 만도 하건만 "기분이 좋은 탓인지 뛰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드리블이 긴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거 하지 말라면 축구하지 말란 얘기"라고 맞받는다.

정조국은 오기가 꿈틀거린다. 프로무대에 뛰어들어 벌써 네경기를 치렀건만 아직 골맛을 보지 못했다. 최성국이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되며 잔뜩 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수비를 등한시한다. 몸싸움도 피하고 체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정조국은 "이제 시작일 뿐인데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씩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날 울산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전반엔 정조국이, 후반엔 최성국이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청소년 축구에서 선의의 라이벌로 팽팽하게 경쟁하던 둘이 또 다른 시험무대를 앞두고 있다.

울산=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